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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 때 골프를 시작한 후 미국에 가서 타이거 우즈와 맞붙고 싶다는 꿈을 키웠습니다."
지난해 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Q)스쿨에 합격한 배상문(26ㆍ캘러웨이)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타이거 우즈(37ㆍ미국)를 보며 골프채를 잡은 '타이거 키드'다.
우즈와 맞대결을 펼치고 싶다던 배상문의 꿈이 마침내 이뤄졌다. 그것도 출전 자체가 영광인 마스터스라는 '꿈의 무대'에서다.
배상문이 5일 밤(이하 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ㆍ7,435야드)에서 개막되는 남자골프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 첫날부터 우즈와 '맞짱'을 뜬다. 4일 발표된 대회 1ㆍ2라운드 출발시간표에 따르면 배상문은 우즈와 함께 5일 오후11시35분(현지시간 5일 오전10시35분) 첫 홀 티샷을 날린다. 다른 동반자는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 배상문이 우즈와 같은 조에서 플레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스터스에서 통산 5승째를 노리는 슈퍼스타 우즈와 동반할 주인공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1ㆍ2라운드 조 편성은 대회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조직위원회가 맡는데 TV 중계, 흥행성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올 시즌 PGA 투어에 진출한 배상문이 '슈퍼루키'로서의 위상을 인정 받은 셈이다. 우즈와 한 조로 편성된 것만으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마스터스에는 매일 4만명 이상이 넘는 관중이 몰리고 경기는 전세계로 생중계된다. 강렬한 인상을 세계 골프계에 새길 절호의 기회다. 그만큼 엄청난 긴장감을 이겨내는 게 과제다.
배상문은 올해 세계적인 골프용품 회사인 캘러웨이골프 본사와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무대에 본격 데뷔한 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특급대회인 액센츄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8강까지 올랐고 3주 전 열린 PGA 투어 트랜지션스 챔피언십에서는 루크 도널드(잉글랜드) 등과 연장 승부 끝에 준우승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상금왕을 차지한 선수답게 신인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배상문은 평소 우즈를 최고의 선수로 평가해왔다. 최근 인터뷰에서 "대단한 선수 한 명을 꼽으라면 단연 우즈"라면서 "연습장에서 처음 봤는데 기술도 기술이지만 분위기부터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언 샷을 원하는 지점으로 보내는 컨트롤 능력이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마스터스를 앞두고는 "위축되지 않고 자신감을 가지는 게 중요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4일 현재 세계랭킹은 우즈가 7위, 배상문은 30위다.
최경주(42·SK텔레콤)는 지난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연장전을 벌였던 데이비드 톰스(미국),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한 조로 묶였고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 버바 왓슨(미국)과 동반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