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국무역협회 워싱턴지부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 반덤핑 연례재심 예비판정에서 삼성전자·동부대우전자의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82.41%의 덤핑마진을 산정했다. 덤핑마진은 수출국의 내수가격과 수출가격 간 차이이며 미국은 덤핑마진과 동일한 수준으로 반덤핑관세를 부과한다.
이번 판정은 미국의 새로운 덤핑마진 산정방식이 적용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전세계적으로 주목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덤핑마진을 계산할 때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은 경우는 그 차이를 그대로 인정하지만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높은 경우 마이너스로 하지 않고 '0'으로 계산해 덤핑마진을 높이는 '제로잉' 방식을 사용해왔다.
이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가 '규정 위반'이라는 판정을 내리자 미국은 새로운 방식을 개발했다. 미국이 수입한 전체 물량이 아니라 특정 시기·지역에 판매된 물량에만 덤핑마진을 산정하는 '표적덤핑'과 제로잉을 섞은 방식이다.
새 방식이 적용되면서 삼성전자의 반덤핑관세는 첫 판정 대비 거의 9배로 높아졌다. 2013년 미국 정부가 내린 첫 판정에서는 삼성전자에 9.29%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바 있다. 다만 동부대우전자는 첫 판정 때와 동일한 결과가 나타났고 LG전자의 반덤핑관세는 13.02%에서 1.57%로 낮아졌다.
미국은 이번 판정을 올해 말께 확정할 계획이다. 무역협회는 "예비판정이 최종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한 무역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그동안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용하던 제로잉 방식을 고집하기 어려워지자 더 교묘한 방식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2013년 8월 미국이 제로잉 방식으로 산정한 국산 세탁기의 반덤핑관세 부과에 대해 WTO에 제소한 바 있다.
삼성전자 등은 국내에서 제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 자체는 많지 않지만 미국의 움직임을 주시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삼성 세탁기의 90% 이상은 중국에서 제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