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에 해묵은 ‘밥그릇 싸움’이 재현되고 있다. 서울보증 사장추천위원회는 방영민 현 사장의 임기를 1년 연장키로 했다. 이유는 적합한 인물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이뤄진 사장 재공모의 면접심사에서 방 사장은 탈락했다. 결국 결승까지 올라온 3명은 떨어지고 준결승에서 떨어진 방 사장이 최종 승자가 된 셈이다.
더구나 방 사장의 임기 연장을 위해 서울보증보험의 정관까지 바꿔야 하는 일이 생겼다. 현재 서울보증보험의 정관에는 대표이사의 임기가 3년으로 규정돼 있다. 만약 정관을 고치지 않고 방 사장이 재선임되면 1년이 아닌 3년의 임기를 채워야 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서울보증보험은 이달 말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정관을 바꾼 뒤 방 사장을 선임할 계획이다. 지난 6월부터 이어진 공모와 재공모 과정에서 서울보증보험에 지원한 보험권 인사는 무려 18명에 달한다.
보험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전직 관료나 보험회사 CEO(최고경영자), 서울보증보험 전직 임원 등 내로라하는 보험권 인사들은 전부 출사표를 던졌는데 모두 낙마하고 말았다.
보험업계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투입된 공적자금 상환에 온 힘을 쏟아야 할 회사가 사장 선임을 둘러싼 진통만 거듭하고 있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시장의 ‘파수꾼’을 자처하는 금감원도 인사를 앞두고 내부 직원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금감원은 이달 말 보험업서비스본부장과 중소서민금융업서비스본부장 등 부원장보 2명과 일부 국·실장급 인사를 소폭 단행할 예정이다.
사실상 해당 권역의 금융감독을 총괄하는 부원장보 후임인사이다 보니 한은 출신 직원과 금감원 내부 인사간의 신경전이 뜨겁다. 각 출신 별 마다 소위 ‘밀고 있는’ 인물들이 돼야 한다는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력하다고 소문이 난 인사들을 따라 ‘줄서기’도 나타나고 있다.
‘~카더라 통신’도 넘쳐나면서 내부분위기도 술렁거리고 있다. 이러다 보니 검사결과 발표도 늦어지고 있고 시장에서의 권위도 떨어지고 있다.
서울보증이나 금감원 모두 밥그릇 싸움에 집중하다 보니 공적자금 회수와 금융소비자 보호는 이미 뒷전이다. ‘밥그릇’ 지키기에 온 힘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오히려 안쓰럽기까지 하다./skmo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