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이 지난 2ㆍ4분기 석 달 동안에만도 15조원 넘게 늘었다. 증가폭으로 따지면 전분기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금리상승기에 들어섰음에도 빚 증가를 차단하지 못해 금융 당국에 중요한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특히 추가 금리인상 시기를 결정해야 하는 한국은행에는 딜레마가 되고 있다.
한은이 26일 발표한 '2ㆍ4분기 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순수 가계대출에다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신용 잔액은 754조9,000억원으로 3월 말의 739조1,000억원에 비해 15조8,000억원 늘어났다. 직전 분기 증가폭은 5조4,000억원이었다.
가계신용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ㆍ4분기 4조6,000억원 감소한 후 그해 2ㆍ4분기 14조1,000억원, 3ㆍ4분기 15조원, 4ㆍ4분기 20조9,000억원 등으로 증가폭이 점차 확대됐다.
이후 올 1ㆍ4분기 부동산경기 침체현상이 심화되면서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으나 2ㆍ4분기 들어 다시 확대되고 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순수 가계대출 잔액은 711조6,000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700조원을 돌파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15조1,000억원 증가해 가계 신용증가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1ㆍ4분기의 4조6,000억원 증가에 비해 증가폭도 커졌다.
반면 신용카드사나 할부금융사ㆍ자동차회사 등에서 신용카드 등으로 물건을 구입할 때 계산되는 판매신용 잔액은 43조3,000억원으로 전분기와 동일하게 8,000억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금융기관별로는 예금은행 대출이 7,000억원(1ㆍ4분기)에서 8조6,000억원(2ㆍ4분기), 상호저축은행ㆍ신용협동기구 등 비은행예금 취급기관 대출이 2조7,000억원(1ㆍ4분기)에서 5조3,000억원(2ㆍ4분기)으로 증가폭이 각각 확대됐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대출이 3조원에서 8조6,000억원, 비수도권 대출이 5,000억원에서 5조3,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대출규모가 각각 늘어났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공모주 청약과 잔금용도 대출 등으로 은행의 가계대출이 늘었으며 영농자금 대출 등으로 농협 등 상호금융의 대출도 3조4,000억원이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