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뿌리 내리는 패밀리 오피스

부동산 분쟁까지 컨설팅 일반 PB서비스와 차별화 중기 CEO 등 문의 늘어<br>신영증권 APEX 가입자 72개서 123개로 급증


지난해 말 신영증권 패밀리오피스 가입 고객이 여의도 별관 10층의 문을 다급히 두드렸다. 30년 전 경기도 화성시에 소재한 토지를 투자 목적으로 매입했는데 별안간 한 남자가 이 땅에서 25년 전부터 농사를 짓고 살았다며 점유취득시효에 의한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을 낸 것이다. 소송을 낸 사내는 당시 땅 주인으로부터 콩 한 말을 주고 토지를 매입했고 눈이 어두워 등기 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땅 주인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순식간에 땅을 뺏길 처지에 놓인 고객은 신영증권 패밀리오피스 APEX 본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비상팀을 가동한 APEX 산하 부동산 컨설팅 직원들은 조사 끝에 당시 토지 취득가액에 비춰 콩 한 말에 토지를 매입한 것은 사실상 무단 점유와 다름없다는 논리를 법정에서 주장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결국 이 고객은 토지를 찾을 수 있었다. 윤환진 신영증권 APEX 패밀리오피스 차장은 "패밀리오피스 가입 고객들이 부동산 관련 서비스에 대해 많이 문의하고 있다"며 "패밀리오피스 운영 노하우로 고객에게 최적의 부동산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초고액 가문 자산 관리 서비스를 지칭하는 패밀리오피스가 도입된 지 1년 만에 국내 금융시장에 빠르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APEX'란 브랜드로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시작한 신영증권의 가입 패밀리 수는 지난해 4월 72개에서 현재 123개로 늘어났다. 패밀리오피스는 초고액 가문을 대상으로 자산 관리, 세무 상담부터 상속ㆍ기부ㆍ투자교육ㆍ라이프스타일까지 컨설팅하는 종합 서비스다. 신영증권 APEX 패밀리오피스는 회계ㆍ부동산ㆍ법률 등 각각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RM(Relationship Manager)들이 한 팀이 돼 한 명의 고객과 그 가문의 이익을 위한 팀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PEX의 가장 큰 특징은 보유 재산으로 가입 자격을 정하는 게 아니라 회사 고위 임원이나 기존 고객의 소개로만 신규 고객을 받는다는 점이다. 패밀리오피스는 일반 PB 서비스와는 다르기 때문에 신영을 믿고 따르는 고객만 받겠다는 것이다.

APEX 패밀리오피스의 최대 강점은 부동산 서비스다. 고액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 비중이 높은 만큼 가입 고객이 처분하고 싶은 부동산 매물을 내놓으면 적재적소에 매수자를 의뢰해 적정 가격에 팔 수 있도록 주선한다.


금융자산 관리도 철저하다. 김응철 신영증권 패밀리오피스 APEX 담당부장은 "스터디를 통해 저금리와 세제 개편에 대처할 수 있는 적합한 상품을 가입 패밀리에 추천한다"며 "지난해에는 맥쿼리인프라 펀드와 우체국 즉시 연금을 추천해 가입 고객에게 만족할만한 수익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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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APEX는 최근 미국 패밀리오피스 협회인 FOE(Family Office Exchange)의 정식 회원으로 가입했다. 우리나라보다 가문 자산 관리 서비스가 발달한 미국 협회에 가입해 노하우를 공유하고 패밀리오피스가 국내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해 2월 국내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패밀리오피스를 시작한 미래에셋증권도 WM추진본부 산하에 패밀리오피스 사업부를 두면서 현재 29개 가문을 관리하고 있다. 패밀리오피스 실무를 맡고 있는 구길모 미래에셋증권 WM비즈니스팀 변호사는 "미래에셋증권 패밀리오피스는 PB지점과 WM비즈니스팀 어디서든지 가입을 할 수 있다"면서 "고객들끼리 소개를 통하거나 브로슈어를 보고 찾아오시고 대부분은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분들"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 패밀리오피스에서도 부동산ㆍ세무 서비스를 가장 활발하게 진행한다. 미래에셋증권은 부동산과 관련해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부동산 정보 사이트 '부동산114'를 계열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 패밀리오피스가 가장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서비스는 '가업 승계 컨설팅'과 '기업 경영 컨설팅 서비스'다. 구 변호사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중소기업 CEO"라며 "기업공개(IPO), 채권 발행 등 기업 자금 조달에서부터 기업 자금 운용에 이르기까지 기업 경영 전반에 걸친 경영 컨설팅 서비스도 우리만의 큰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 패밀리오피스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상담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PB센터에서 직접 패밀리오피스 상품을 판매하는 변주열 미래에셋증권 WM 강남파이낸스센터장은 "아직 패밀리오피스 서비스가 해외처럼 활성화되거나 완성 단계는 아니다"라며 "아직까지는 수수료를 받지 않고 대신 자사의 상품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권유하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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