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카드 업계의 요구사항을 대폭 수용한 카드종합대책을 내놓음에 따라 이제 공은 업계로 넘어왔다.
발등에 떨어진 금융위기의 불을 진화하기 위해 정부가 이런저런 수를 내기는 했지만, 이는 결국 당장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미봉책 역할 밖에는 할 수 없는 실정. 애당초 카드사 부실을 야기한 업계 내 과당경쟁 문제는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어, 다행히 이번 위기가 잠잠해진다고 하더라도 언제 다시 지금 같은 상황이 재연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카드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카드업계 재편을 통한 체질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내 카드사는 LG, 삼성카드 등 9개 전업 카드사와 16개의 은행계 카드사 등 무려 25개. 90년대 후반 이후 카드시장의 급팽창으로 지난해 신용카드 취급액이 약 670조원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많은 숫자다. 국내 경제활동인구 한 명이 평균 4.6장의 카드를 들고 다니며 `카드 돌려막기`로 부실의 싹을 키워 온 것도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카드사들이 생존을 위해 무모한 몸집 부풀리기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
지난해부터 수면 위로 부상한 카드업계 재편은 올들어 일단 정체에 빠진 상태다. 하지만 올들어 급속도로 악화되는 카드사 수지와 업계의 자구노력을 앞세운 정부의 종합대책은 다시금 재편의 새 물살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당장 카드사 증자 문제는 그동안 미뤄지고 있는 국민카드와 국민은행 BC카드사업 본부의 통합을 앞당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적자 누적으로 사실상 심각한 자본잠식에 빠진 일부 중소형 카드사들의 경우 증자도 여의치 않은 가운데 생존 여력이 날로 약화되고 있기 때문. 신한카드와 조흥은행 카드사업부간 합병, 외환카드 매각,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합병, 텔레콤 업체들의 카드시장 진출 등 후발 업체들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나도는 재편 시나리오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란 얘기다.
물론 중소형 카드사들도 틈새 시장 위주로 한 영업 전략에 힘입어 당장 문을 닫는 사태는 모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예고돼 있는 재편이 어느정도 마무리 되도 장기적인 구조조정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최종적으로는 카드사 수가 시장의 힘에 의해 4~5개 수준에서 정리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