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프린트社에 시스템·단말기 공급<br>대형 본계약-국제표준화-전세계수출 이어질듯
| 토마스 쟈스니(왼쪽) 삼성전자 부사장과 알리 타바시 스프린트 부사장이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와이브로 시범장비 공급 계약을 맺고 합의서를 교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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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휴대인터넷(와이브로) 기술이 통신 기술 종주국 미국 시장에 상륙했다. 국내서 개발된 이동통신 시스템이 미국에 진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15일 미국 이동통신사인 스프린트 넥스텔에 와이브로 시험용 시스템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와이브로는 시속 120km로 달리는 중에도 최고 20Mbps급 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차세대 통신기술로 내년 4월 KT가 세계 통신사업자 중 최초로 상용화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스프린트 넥스텔은 와이브로 시스템과 단말기를 연구소에서 공동으로 시험한 후 시범 서비스를 통해 필드 테스트와 스프린트 데이터망 연동 테스트 등도 진행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또 와이브로 기술 발전과 국제 표준화에도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이번 테스트와 시범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한국의 휴대인터넷 기술이 전세계 시장을 평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서비스 상용화가 국내 휴대폰 산업을 통신 선진국으로 끌어올렸다면 휴대인터넷 기술 수출은 단말기 뿐 아니라 시스템 분야에서도 한국을 명실상부한 ‘통신강국’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미국 진출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에 이어 정부와 국가연구기관(ETRI), 기업이 공조를 이룬 또 다른 IT 성공신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며 “지난달 전세계 전문가들 앞에서 와이브로 공개시연에 성공한 뒤 세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수출전망이 아주 밝다”고 밝혔다.
● 스프린트, 삼성과의 10년우정
애니콜 수출길 열어준 깊은 인연…와이브로 세계화에도 물꼬 터줘
삼성전자는 미국의 대형 이동통신사인 스프린트와 아주 각별한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
양사가 처음 인연의 끈을 맺은 것은 지난 96년. 세계 최대의 휴대폰 시장인 미국에 진출할 수 있는 물꼬를 틔워준 게 바로 스프린트였다.
KTFㆍLG텔레콤과 같은 CDMA 방식의 PCS 사업자인 스프린트로서는 CDMA 단말기로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삼성전자가 필요했다. 삼성전자 역시 몇 안 되는 CDMA 사업자 중 하나였던 스프린트야말로 오대양 육대주를 공략하기 위한 절실한 통로였다.
그 후 삼성전자와 스프린트는 세계 어느 이동통신사-제조업체보다 공고한 파트너십을 유지해 왔다. 지금도 스프린트 휴대폰 중 삼성전자 제품의 비중이 절반에 달할 정도다.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정보통신 전시회 ‘CTIA’에서 삼성전자가 와이브로를 처음 시연할 때도 스프린트와 넥스텔의 최고경영자가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그때부터 와이브로를 미국에 도입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스프린트 넥스텔은 차세대 통신의 주파수 대역인 2.5㎓ 망을 미국에서 4분의3이나 갖고 있는 핵심 사업자다. 게다가 이번 테스트 장비 수출은 본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애니콜의 든든한 원군이었던 스프린트가 이제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핵심사업인 와이브로의 세계화 물꼬를 터주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