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이나 은과 같은 안전자산의 수요가 늘고 유가 하락세가 진정 기미를 보이면서 원자재 관련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원유를 비롯해 금·은 등 원자재들의 가격이 많이 떨어져 저가매수 매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원자재 가격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고 판단, 상반기 중에 다양한 원자재 관련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어서 어떤 상품의 전망이 더 밝을지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2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5일 배럴당 50달러선을 내준 후 줄곧 45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6개월 새 유가가 50% 넘게 폭락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20달러선까지 추가 폭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어느 정도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원자재 가운데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과 은의 가격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런던귀금속협회(LBMA)와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3일 금 현물 가격은 지난주 대비 1.4% 상승해 온스당 1,294.8달러를 기록하며 1,3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 금값은 5개월 중 최고 수준이다.
은 가격 역시 같은 기간 7.7% 올라 온스당 18.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 가격은 연초 대비 10.5%, 은 가격은 같은 기간 16% 상승했다.
유가 하락세가 진정 기미를 보이고 금과 은의 가격이 오르면서 이들에 투자하는 금융투자 상품의 수익률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미국 증시에 상장된 마스터합자회사(MLP)에 투자하는 MLP펀드의 평균 수익률(23일 기준)은 6.34%를 나타냈다. 불과 연초까지만 해도 지난 6개월간 두자릿수대 하락률을 기록했던 MLP펀드가 회복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MLP펀드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회사의 투자 비중을 줄이고 정제·수송 등 인프라 사업 연관성이 큰 사업에 크게 투자해 유가와의 관련성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유가 하락에 따른 인프라 업체의 수익성 하락, 심리적 투매 등으로 지난해 하반기 큰 폭의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원유 생산업체와 거래 비중이 높은 인프라 사업자에서 거래 비중이 낮은 회사로 종목을 교체하면서 수익률이 회복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이나 은처럼 귀금속에 투자하는 펀드 역시 최근 수익률이 양호하다. 금 펀드의 최근 1주일 수익률은 4.67%, 최근 1개월 수익률은 7.70%다. 은이나 구리에 투자하는 금속 펀드 역시 최근 일주일간 4.16%의 평균 수익률을 기록하며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면 관련 파생상품의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가나 금 가격이 극단적으로 추가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올 상반기에 공격적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의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삼성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WTI 선물 최근 월물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원금보장형 DLS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 원자재 가격의 반등세가 추세적으로 나타났다고 보기는 이르기 때문에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제소 가동률 하락과 원유 재고 증가, 글로벌 원유 시장의 과잉공급 부담으로 유가 약세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석유개발업체들이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투자지출 축소 계획을 내놓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감산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유가 반등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