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중견기업국을 신설해 이달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내용은 크게 나눠 두 가지다.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법적ㆍ제도적 요인을 찾아내 개선하는 것, 그리고 기업의 혁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시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전문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토양을 다져 오는 2015년까지 중견기업 3,000개를 육성한다는 목표다.
우리나라의 중견기업 수는 지난 2010년 기준 1,291개로, 전체의 0.04%에 불과하지만 고용은 8%(80만2,000명), 수출은 12.7%(592억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수출을 확대하고 고용을 늘리는 데 중견기업의 역할이 크다는 얘기다.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중견기업군이 단단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항아리형 몸매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호리병형으로 산업의 허리가 지나치게 가늘다. 중소기업 범위를 벗어나면 모두 대기업으로 분류, 중견기업 특성에 맞는 지원이 부족했던 것도 한 요인이 돼 왔다.
지난해 3월 중견기업에 대한 법적 개념이 정립돼 중소기업의 범위를 넘어서도 상호출자제한집단 소속, 즉 대기업 그룹이 아니면 중견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중소기업을 졸업하는 순간 각종 혜택은 줄어드는 반면, 중견기업으로서의 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지원책은 뒤따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실질적 혜택이 부족하다 보니 분사를 해서라도 중소기업에 머물려는 현상마저 나타났을 정도다.
성장할수록 규제도 늘어나는 막힌 구조 속에서는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어렵다. 가업승계를 활성화해 경쟁력 있는 장수기업을 육성하기도 힘들다. 기업의 지속 성장 없이 국가 경제의 지속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규모와 역할에 부합하는 단계별 지원을 통해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이어지는 기업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킴으로써 경제의 활력을 찾아야 한다. 중견기업국 설치가 반가운 이유다. 해외진출, 인수합병(R&D) 및 인재 지원 등 중견기업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약진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세계시장 점유율 40%가 넘는 강소기업, 이른바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 1,500개가 넘는다. 세계를 무대로 뛰는 히든 챔피언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글로벌 중견기업 육성은 필수다. 탄탄한 중견기업군으로 산업의 허리를 키움으로써 무역 2조달러 시대를 앞당기고,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의 핵심역할(key player)을 맡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