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외환위기, 경기침체 등이 맞물리면서 홍콩의 부동산 시장은 극심한 침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부동산 가치가 97년 대비 60% 정도 폭락했다. 또 아파트 분양가 역시 97년 평당 6,000만~7,000만원에서 현재 1,700만~2,000만원으로 폭락한 상태였다. 선 분양이 제도상으로 보장돼 있지만 건물이 완공되지 않으면 팔리지 않아 후 분양이 보편화 되는 등 홍콩 부동산 시장의 현 주소를 살펴본다.
◇97년 7조에서 2조로 하락 = 홍콩의 부동산 가치는 97년 중반 7조3,060 달러에 달했다. 외환위기 여파와 다국적 금융회사의 상해 이전 등이 맞물리면서 98년말 4조4,004달러로 떨어졌다. 현재는 2조3,090억 달러 선까지 하락한 상태다. 97년 1억 달러 하던 아파트 값이 현재는 3,000달러 선에 형성돼 있다.
이에 따라 홍콩 정부는 모기지론의 주택담보 대출 비율을 종전 70%에서 한시적으로 140%까지 늘린 상태. 집값 폭락에 따른 개인파산을 막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주택담보 대출 비율을 집값의 1.4배까지 올린 것이다.
◇분양가 폭락, 선 분양 유명무실 = 부동산 가치 폭락은 새 아파트의 분양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초고층 주상복합 천국인 홍콩의 경우 17~20평형대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홍콩의 경우 좁은 국토면적으로 인해 이미 80년대부터 초고층주상복합이 보편적인 주거형태로 자리잡은 상태다.
현대건설 홍콩지사 김재경씨는 “97년 17~20평형의 새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6,000만~7,000만원에 달했다”며 “현재는 1,700만~2,000만원에도 분양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홍콩 역시 선 분양이 가능하나 주택 수요가 없다 보니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거 후 분양이 정착된 상태다. 특히 주택 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며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는 등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홍콩=이종배기자 ljb@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