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미 투자협정(BIT) 체결 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를 분리해 별도로 협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에 따라 교착상태에 빠진 BIT 협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김광림 재경부 차관은 16일 한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내 시장 대부분이 개방돼 있고 미국에 많은 상품이 수출되고 있는 만큼 BIT는 빨리 타결돼야 한다”며 “스크린쿼터와 BIT 문제를 가급적 분리 처리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진 경제협력국장은 김차관의 발언에 대해 “미국이 (별도 논의 제의를) 받아들일 경우 스크린쿼터 문제를 BIT 체결과 별도로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양측 관계자들이 분리 처리 문제를 놓고 접촉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한국과 미국 영화계 등 이해 당사자들이 스크린쿼터 문제를 놓고 별도의 논의를 벌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스크린쿼터에 대한 별도 협상에서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가 논의될 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이해 당사자들의 견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문제”라며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 1998년부터 우리 나라와 BIT 체결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재 146일인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는 문제를 함께 처리해 줄 것을 요구했으며 우리측은 이를 73일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내 영화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우리측이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을 철회함에 따라 2000년 10월 이후 BIT 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BIT 협상을 맡고 있는 외교통상부 조태열 지역통상국장은 “스크린쿼터 문제는 한ㆍ미 투자협정의 전제조건은 아니지만 협상 과정에서 협정 초안의 강제이행의무 부과 금지조항과 상충돼 자연스럽게 불거진 것”이라며 “스크린쿼터 축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BIT체결은 어렵다”고 밝힌 바 있어 스크린쿼터 축소문제를 분리 협상한다해도 BIT 체결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지는 아직까지는 미지수다.
<권구찬기자 chan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