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상징하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에서 황폐한 범죄도시로 몰락의 길을 걸어온 디트로이트가 결국 파산을 선언했다. 지난 2009년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대표 자동차 업체들이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파산보호를 신청한 지 4년 만이다. 파산규모는 180억달러(약 20조2,000억원)에서 많게는 200억달러로 알려져 미국 지방자치단체 역사상 최대 규모에 달한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디트로이트시가 이날 오후 미시간주 연방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공화당의 릭 스나이더 미시간주지사는 "지난 60년간 쌓여온 (디트로이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합리적 방안"이라며 파산보호 신청을 승인했다.
디트로이트의 부채규모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3월 재정위기 비상관리인으로 임명된 케븐 오어 변호사에 따르면 180억~200억달러에 달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는 지금까지 파산을 선언한 미국 지자체 가운데서도 압도적으로 큰 규모다. 지금까지는 2011년 파산한 앨러배마주 제퍼슨카운티의 40억달러가 최대 기록이었지만 미시간주 최대 도시이자 미국의 18대 도시인 디트로이트의 파산에 비하면 이는 '새발의 피'다. 과거 뉴욕과 클리블랜드ㆍ필라델피아 등 대도시가 재정악화로 파산 일보직전까지 내몰린 적은 있지만 실제 주요 대도시가 파산한 적은 지금껏 없었다.
미국인들을 충격에 빠뜨린 디트로이트 파산은 사실 오래 전부터 예고돼온 일이다. 20세기 미국 제조업 성장과 궤를 같이 하며 급성장한 디트로이트는 한때 미국 산업과 혁신의 중심지로 각광 받았다. WSJ는 디트로이트에서 "헨리 포드의 이동식 조립라인, GM의 마케팅과 경영기업이 개발됐다"며 "20세기 초에는 오늘날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역할을 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 자동차 산업의 쇠퇴와 그로 인한 세수와 투자감소, 일자리 부족에 따른 인구감소로 도시가 공동화하고 방만한 예산집행까지 겹쳐 디트로이트는 이후 수십년에 걸쳐 쇠락의 길을 걸었다. 1950년대 인구 180만명에 달하는 미국 최대의 공업도시로 발돋움한 디트로이트는 현재 인구 70만명에 실업률은 미국 평균의 2배, 지난 20년간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로 꼽혀온 '슬럼'으로 변모한 상태다. 디트로이트 인구의 약 3분의1은 극빈층이며 살인 범죄율은 수십년째 미국 1위다.
당연히 재정은 바닥을 쳤다. 2004년 이후 흑자였던 때가 한번도 없었고 하루하루의 도시 운영비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크' 수준의 신용등급으로 차입도 막힌 상태였다고 WSJ 등은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파산신청이 오히려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디트로이트를 본거지로 둔 GM은 이날 성명에서 "GM은 디트로이트가 고향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오늘의 파산선언은 도시의 깨끗한 출발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