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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 직후 몰린 자영업자 카드대란에 줄도산… 10년전과 판박이
[위기의 자영업] 왜 망하나■ 되풀이 되는 위기부가가치 낮은 산업 편중… 공급과잉 상황도 엇비슷"정부 특단대책 마련 필요"
서민우기자 ingaghi@sed.co.kr
자녀 진로 걱정까지…고민 커져, 중고등학생들이 11일 서울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2012 서울진로박람회'에 참석해 진로상담을 받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경영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자녀들의 취업전쟁을 바라보는 한숨 소리도 커지고 있다. 신상순기자
국책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11일 서울경제신문의 '위기의 자영업' 시리즈를 보고 "지난 2003년 카드사태 때와 위기의 양상이 너무 비슷하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기의 원인은 다를 수 있지만 진행과정이 '판박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불황에 장사는 안 되고 장사가 안 되다 보니 은행권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서 퇴직금을 날리고 주저앉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는 현상이 오늘만의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2003년 자영업의 위기는 지금과 어떻게 다를까.
1998년 IMF 외환위기가 임금근로자들에게 절체절명의 위기였다면 2003년은 자영업자들에게 위기의 한 해로 기억된다. 이 시기는 자영업의 위기가 우리 사회에서 처음으로 표면화되고 자영업의 어려움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때이기도 하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의 도산과 구조조정으로 많은 임금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은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하고 상당수가 비임금근로자, 그 중에서도 자영업 창업 쪽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 임금근로자의 수가 크게 감소한 반면 자영업자 수는 꾸준히 늘어난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상용직 임금근로자는 지난 1997년 728만2,000명에서 1998년 653만4,000명, 1999년 613만5,000명으로 줄었다. 반면 자영업자 수는 1998년 561만6,000명에서 1999년 570만3,000명, 2000년 586만4,000명 등으로 늘었다.
자영업으로의 쏠림 현상은 한동안 계속됐다. 2000년 초부터 불어 닥친 벤처 열풍과 경기활성화를 위한 각종 신용규제 완화는 이런 현상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이미 2001년 들어 자영업자 수가 사상 최대인 600만명을 돌파하며 적정 수준을 넘어섰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공급과잉으로 문을 닫는 가게가 늘기 시작했고 은행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주저앉는 자영업자들이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이상 신호는 경기부양의 분위기 속에 묻혔다.
결국 2003년 신용카드 대란이 발생했고 그 여파로 수십만의 자영업자들이 무더기로 폐업을 하는 '자영업 대란'까지 벌어졌다.
실물경제의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주로 진출한 도소매 및 음식 판매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벤처 붐과 신용규제 완화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2003년 한 해에만 사라진 자영업 종사자 수가 14만7,000명으로 당시 전체 고용감소 인원인 3만명보다 무려 5배나 많았다.
문제는 아무런 대책 없이 자영업 창업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 2003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사태를 대하는 정부의 태연한 모습도 당시와 비슷하다. 정부 당국자는 "자영업 문제가 아직 크게 걱정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진출했다가 결국 카드대란의 충격으로 줄도산을 했던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현재 퇴직한 베이비부머들이 자영업 증가를 이끌고 있지만 종사 분야가 저부가가치 산업에 편중돼 있고 적정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는 점에서 2003년 위기 때와 유사하다"면서 "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자영업의 위기는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