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도덕적 해이' 심각
[코오롱캐피탈 470억 횡령사고] 대형 금융사고 매달 한달꼴 발생 감사시스템 허술 수백억 빼돌리고 수년간 적발안돼
코오롱캐피탈의 470억여원대 공금횡령 사건은 횡령 규모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자금관리에 정확한 자금담당 임원이 직접 자금을 빼돌렸다는 점에서 금융계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J씨는 수년간에 걸쳐 회사 공금을 자신의 주식투자를 위한 종잣돈으로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금융기관의 감사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올들어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금융기관의 횡령사고가 잇따라 터지고 있다"며 "금융기관 임직원의 모럴해저드를 막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자금담당 임원이 직접 공금횡령=J씨는 지난 수년간 470억여원에 달하는 공금을 회사 계좌에서 빼내 주식ㆍ선물 등에 투자하다 대부분 날렸다고 밝혔다. 회사 돈을 자신의 돈처럼 꺼내 썼다는 얘기다. 특히 회사 자금흐름을 가장 잘 아는 자금담당 임원인 만큼 어느 누구보다도 회사자금에 손대기가 쉬웠을 것이란 게 금융계 관계자의 말이다.
물론 코오롱캐피탈의 재무관리와 감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도 짚어볼 대목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허술한 회사라도 경영진과 이사회를 속여가며 수년간 수백억원의 공금을 유용하거나 횡령하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은행이 위탁관리에 돌입해 신임사장을 취임시킨 지 이틀 만에 횡령사실을 적발해 수사를 의뢰한 것은 공금을 횡령한 방법이 그리 치밀하지 못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 원우종 금감원 비은행검사2국장은 "사건을 세밀하게 검사하고 있는 만큼 사건 전말을 머지않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계 모럴해저드 갈수록 심각=올들어 금융기관의 대형 금융사고가 거의 매달 터지고 있다. 특히 갈수록 횡령의 규모가 커지고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우리카드 직원이 회사자금으로 선물투자를 하면서 무려 446억원의 손실을 내기도 했다. 이로 인해 관련 경영진이 문책을 당하는 등 대규모 경질을 받기도 했다. 또 5월에는 동부생명 직원이 20억원을 횡령했고 전북은행 원광대지점의 직원도 28억7,000만원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7월에는 산업은행 직원이 동료ㆍ친척 등 110여명으로부터 58억원을 모아 주식투자로 손실을 보면서 국책은행 직원들의 모럴해저드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횡령을 비롯한 각종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며 "금융기관들이 보다 철저한 사내 감사시스템을 가동하고 금융감독기관의 감시도 강화해 금융사고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영주기자 yjcho@sed.co.kr
입력시간 : 2004-09-13 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