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8월4일, 미국 상원이 ‘경제회복 세법(ERTAㆍEconomic Recovery Tax Act)’을 통과시켰다. 발의한 의원들의 이름을 따 켐프-로스 세법(Kemp-Roth Tax Cut)으로도 불리는 이 법의 골자는 감세. 부유층을 중심으로 3년 동안 소득세를 25% 인하하고 인플레이션만큼 추가로 세금을 깎아준다는 내용을 담았다.
법 제정 목적은 법안의 이름대로 경제회복. 법은 목적을 달성했을까. 정반대의 평가가 존재한다. 1983년부터 가시화한 경기회복이 감세 덕분이라는 주장과 경기회복은 1982년 2차 오일쇼크로 연 16%까지 치솟았던 연방기준금리가 한자릿수로 떨어진 금리인하 덕일 뿐이라는 해석이 맞서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후자의 견해가 설득력을 인정 받는 가운데 분명한 사실은 빚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레이건 대통령 집권 직전 9,302억달러였던 국가채무가 첫 임기가 끝난 1985년에는 두 배 이상 불어났다.
문제는 불균형. 감세와 함께 2대 정책목표 가운데 하나였던 ‘작은 정부’는커녕 과도한 국방비 지출로 재정규모가 더 늘어났다. 수입을 줄이고 지출을 확대하는 경제정책은 부시 부자(父子) 행정부에서도 이어져 미국은 헤어날 수 없는 재정적자에 빠져들었다. 임기 초반 부유층 증세를 강행한 클린턴 대통령이 이룬 흑자재정도 레이건에 버금갈 정도로 감세를 감행한 아들 부시 대통령에 이르러 구조적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원인을 레이건과 부시 부자의 감세로 지목했다.
부자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는 남의 일도, 옛날 얘기도 아니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한국경제의 현주소가 딱 이렇다. 국가재정이 날로 어려워지는 가운데 서민증세 방안이 솔솔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