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춘욱 한화투신운용 투자전략팀장최근 달러가치가 약세기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시장변수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고 있어 투자자들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달러가치 반등이 실물경제 요인의 개선에 따른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미국 주식형 펀드의 환매사태로 달러 약세가 주춤해졌다는 얘기를 전해 들으면 당혹할 수 밖에 없다.
펀드환매 당분간 지속
국내 우량주 매도 불똥
차별화 국면 쉽잖을듯
지금까지 달러 약세의 원인이 미국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의 유출에서 설명해왔음을 고려하면 미국 주식형 펀드의 환매사태가 달러 약세를 부추긴다는 말을 선뜻 이해하기 쉽지않다.
그러나 미국 주식형 펀드의 구조를 꼼꼼히 뜯어보면 이 같은 의문은 쉽게 풀린다.
미국 주식형 펀드에서 본격적인 환매가 발생한 것은 지난 5월 중순이며 7월 말까지 모두 417억 달러의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물론 4조 달러에 달하는 전체 주식형 펀드의 1%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 중 공격형 펀드가 전체의 61%의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시장에 미치는 파괴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이들 공격형 펀드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세계 주요 국가의 저평가 우량주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결국 미국 주식시장에서 공격형 펀드에 대한 환매사태가 벌어지면 유럽과 아시아의 우량주에 대한 매도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주식 매각대금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달러화의 가치가 상승하는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이에 따라 최근의 펀드 환매사태에 대한 전망은 미국 주식시장은 물론 한국 주식시장의 전망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 주식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 주식형 펀드 환매사태가 짧으면 짧을수록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역사적인 경험상으로 볼 때 내부 모순으로 촉발된 환매사태는 상당 기간 지속됐다. 지난 87년 10월 19일의 '블랙 먼데이'이후 8개월 동안 미국 주식형 펀드에서 163억2,000만 달러의 자금이 유출됐으며 이후 21개월이 지난 89년 6월까지 자금의 재유입이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주식시장이 2001년 9월의 테러사태와 98년 9월의 LTCM(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 파산사태 등 외부충격으로 단기 급락했던 경우 주식형 펀드 환매사태는 1~2개월 안에 진정됐다. 하지만 이는 최근 주가 폭락사태와 원인이 다르다는 점에서 직접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펀드 투자자들의 반응이 87년 블랙 먼데이 이후의 과정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최근 주가폭락이 테러사태 등 외부충격이 아니라 미국 주식시장 내부의 문제에서 촉발됐기 때문이다. 10년에 걸쳐 형성된 주가 거품의 제거 및 해외자금의 유출 가능성 등이 불거지며 나타난 폭락 사태인 만큼 주가 폭락의 원인이 해결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결국 회계 부정에 대한 의혹과 기업실적 악화에 대한 불안감, 해외자금의 유출에 대한 불안감 등이 해결될 때까지 주식형 펀드에서의 환매는 지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이 같은 미국 증시 내부의 문제가 일단락되기 전까지 미국 주식시장과의 동조화 추세는 지속될 수 밖에 없으며 차별화에 대한 기대감도 잠시 미뤄두는 게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