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금융사 지배구조모범규준, 시행연기로 끝날 일 아니다

정부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시행시기를 연기한다는 소식이다.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는 10일 모범규준을 안건으로 상정해 바로 시행한다는 게 애초 목표였으나 다음 금융위원회가 열리는 24일 이후로 상정시기를 늦춘다는 것이다. 연기 배경에 대해 금융위는 일정상 무리가 있어서라고 밝혔지만 거센 반대 목소리가 쏟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입법예고 기간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모범규준이 상위법의 법적 근거 없이 금융회사의 경영권을 제약하고 국회 입법권을 침해한다며 금융위에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대기업 계열 금융사들도 주식회사는 주주가 주인이고 대표이사와 임원 선임은 주주 대표기관인 주주총회의 권한인데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은 주주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경영권을 무력화하려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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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가 이 같은 건의를 받아들여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한 것은 올바른 선택이다. 모범규준은 지난달 공개 당시부터 주주대표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삼은 월권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우리도 인사권 침해 우려 등을 들어 개선안이 재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모범규준은 금융당국이 이미 발표한 금융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과 부합되지 않는다. 정부는 선진화 방안에서 '천편일률식' 해법이 없음을 인정하고 제도의 문제가 아닌 사람과 관행의 문제 해결을 지배구조 개선의 기본방향으로 제시하지 않았는가. 모든 금융사에 똑같이 적용하겠다는 모범규준이 과연 이런 방향에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시행시기를 연기한 것은 이런 문제점들을 인식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다. 모범규준 시행을 서두르기보다 재계와 금융권의 목소리를 더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런 연후에 주주자본주의에 어긋난다고 판단되면 폐기까지 염두에 두고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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