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부가가치세 1조8000억 뚝… 일부기업 법인세 최고 70% 급감

■ 세수 펑크 벌써 10조… 비상 걸린 나라곳간<br>경기 부진에 개별소비세·증권거래세 등도 줄어<br>단기간내 세수회복 어려워 2차 추경 카드 관심


올 5월까지 걷은 세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조원가량 적은 것으로 파악되면서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세수의 약 3분의1을 차지하는 법인세가 무려 4조원 넘게 줄었고 부가가치세도 2조원 가까이 감소한 탓이다. 더욱이 법인세나 부가가치세 등은 모두 경기와 직결되는 세수라는 점에서 경기의 회복 없이는 세수가 다시 증가할 가능성도 낮다. 특히 기업의 경우 경제민주화와 지하경제 양성화 등의 서슬이 퍼래 추가투자를 통한 경쟁력 확보도 쉽지 않다. 기업투자의 심리를 개선할 적극적인 경제대책이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5년 동안 매년 27조원씩 135조원을 마련해 복지에 쓰겠다는 계획인데 이런 추세라면 공약을 지키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세수 모두 감소…세수부족 단기 회복 어렵다=국회예산처는 최근 '2012 회계연도 총수입 결산 분석'을 통해 "경기회복세가 미약하고 세수부진에 구조적인 요인이 있어 세수 구멍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도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기흐름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법인세와 개인소득세가 각각 1.4% 줄고 소비세(-0.8%)와 사회보장기여금(-0.7%)도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제성장이 세수를 늘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이 지점이다. 상반기에 추가경정예산(5월)과 투자활성화 대책(5월), 서비스 대책(7월)을 줄줄이 내놓은 만큼 하반기부터는 효과를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기재부는 올 초 2.3%로 제시했던 성장률 전망을 2.7%로 끌어올리면서 내년에는 4%대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지표는 우울하다. 부가가치세나 개별소비세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민간소비의 경우 올해 1ㆍ4분기에 전기 대비 0.4% 줄었다. 우리나라의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 2011년 2.4%에서 2012년 1.7%로 미끄럼을 타고 있다. 실제로 1~5월 부가가치세는 23조4,447억원 걷히는 데 그쳐 전년보다 1조8,271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개별소비세도 523억원 감소했다.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는 법인세와 함께 국세를 떠받치는 주요 3대 세목이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이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제성장 전망을 인하하고 있는데 우리만 유독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 상반기 주식거래대금은 651조원에 그쳐 2006년 하반기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1~5월 증권거래세는 전년 대비 4,381억원 급감했다. 여기에 더해 부동산시장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총 국세에서 양도세ㆍ종부세ㆍ증권거래세ㆍ상속ㆍ증여세 등 자산 관련 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15.1%에서 2012년 10.2%로 주저앉았다. 심혜정 국회예산정책처 세수추계과장은 "자산시장 침체에 따라 올해 예산부족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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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실적 부진에 법인세 '비상'=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줄어 법인세 징수실적도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올 1~5월 법인세 징수액은 19조9,3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조3,441억원 감소했다. 5월 기준 법인세 세수 진도비는 43.4%로 지난해 5월(52.9%)과 비교하면 10%포인트 추락한 수치다.

개별 기업별로 분석해보면 사태는 더 심각하다. 국내 법인세의 최소 3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기업들이 올해 사상 최악의 법인세 납부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1ㆍ4분기 납부 현황을 보면 현대자동차가 6,563억원으로 전년 동기간에 비해 5.8% 줄었다. 기아자동차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8.9% 감소한 1,873억원을 납부했다. 포스코가 68.6% 줄어든 것 외에도 SK이노베이션(48.4% 감소)ㆍ에쓰오일(54.2%)ㆍLG전자(26.5%)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주요 기업들이 법인세 납부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삼성전자만 증가했을 뿐이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의 경우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대다수 기업들이 많게는 50~70%가량 법인세 감소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법인세 하락폭은 최근 유례없는 일로 평가될 정도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해외시장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수출경쟁 격화, 내수시장에서는 반기업정서 확산에 내수 부진 심화까지 겹쳐 실적증가에 따른 법인세 회복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가 뭔가 묘수를 찾지 않는 한 세수증가를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2차 추경 카드 꺼낼까=두자릿수 세수부족이 현실화할 경우 현재 가장 유력한 대응 방안은 2차 추경이다. 증세는 박근혜 정부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고 보유주식 매각 등도 경제여건상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만 현재로서는 2차 추경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5월 추경의 온기가 아직 시장에 퍼지지도 않아 효과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2차 추경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정부가 2차 추경을 실시한 때는 태풍 매미가 찾아와 막심한 피해를 냈던 2003년이 마지막이다.

2차 추경을 할 경우 적자국채 발행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미국의 출구전략에 따라 국채금리가 껑충 뛰었던(국채값 하락) 게 불과 한 달 전 일인데 국채 발행을 늘릴 경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크다. 기재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요건이 있는데 또다시 세입 구멍을 메우기 위해 예산을 늘리면 국회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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