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긴장한 적이 없었어요." 2007년 시즌을 위해 12일 오전 출국 예정인 박세리(30ㆍCJㆍ사진)는 전날인 11일 유성 집에서 짐을 챙겨 서울로 올라오면서 '떨린다'고 말했다. 그의 떨림은 설레임과 기대, 의욕의 다른 말이다. 올해는 박세리가 미국LPGA투어에 입성한지 꼭 10년. 이미 성적에 따른 포인트를 모두 채운 채 기다리다가 드디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해다. 박세리는 "생애 최고 목표라고 했는데 벌써 눈 앞"이라며 뿌듯해 했다. 목표를 이루기 직전의 설레임과 기대가 전화선 너머로 느껴졌다. 그러나 곧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아직 정상다운 정상에 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올해는 그야말로 최고의 해로 만들겠다"고 의욕을 보인 것. 미국 투어 데뷔를 눈 앞에 뒀던 10년 전의 각오가 고스란히 살아났다. 이번에는 조목조목 그 동안 하지 못한 일을 짚었다. "우선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그랜드슬램을 이루고 다승왕이랑 올해의 선수상도 갖고 싶다. 최고 선수의 모습으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고 싶다." 써 놓고 보면 다른 선수들이 원하는 목표와 다를 것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슬럼프에서 허덕여도 봤고 그 수렁을 벗어나 재기의 기쁨도 만끽했던 중견 골퍼 박세리의 말에는 깊은 울림이 있었다. 단순히 기록을 쫓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자신의 삶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한 티가 난다고 할까. 다시 슬럼프에 빠질 일 없을 것 같다는 기대 섞인 느낌이 생겼다. "이미 지난해 말에 코치인 톰 크리비와 동계훈련 프로그램을 짰다"는 박세리는 "남들처럼 해서는 남보다 앞서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는 말로 집중 훈련의 의지를 보였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시작한 태권도나 킥복싱도 계속 할 예정. "정신 수양에 도움이 된다"며 그럴듯하게 말하다가 "때리는 맛이 스트레스 해소에는 그만"이라고 웃는 것을 보니 마음에도 10년 세월의 여유가 생긴 것 같았다. 사실 올해 박세리가 좋은 기록을 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질문도 대답도 없었지만 2007년은 CJ와의 5년 후원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재계약을 앞둔 선수는 마음가짐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올해 박세리가 최고의 모습으로 거듭날 것을 전망하고 있다. 프로 박세리, 그의 재도약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