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지미 워커(36·미국)의 뚝심이 '신성' 조던 스피스(22·미국)의 패기를 눌렀다.
워커는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JW매리엇 TPC(파72·7,435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텍사스 오픈 4라운드에서 버디 5, 보기 3개로 2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한 그는 스피스(7언더파)를 4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 1월 소니 오픈에서 우승한 워커는 이로써 PGA 투어 개인 통산 5승째를 쌓았다.
워커의 우승은 두 가지 의미를 가졌다. 그는 2014-2015시즌 들어 열린 19번째 대회 만에 처음으로 '멀티 우승(2승 이상)'을 기록했다. PGA 투어는 직전까지 18개 대회에서 각기 다른 챔피언을 배출하며 이례적인 혼전 양상을 보였다. 두 번째는 '역전패 징크스'를 깨뜨렸다는 점이다. 최근 10개 대회에서는 54홀(3라운드) 선두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워커의 우승이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전날 3라운드에서 4타 차 선두에 자리했어도 2위가 스피스였기 때문이다. 스피스는 미국인들이 차세대 간판 선수로 기대를 걸고 있는 영건으로 2주 전 밸스파 챔피언십에서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해 상승세를 탄 선수다.
하지만 늦게 꽃을 피우고 있는 워커는 강했다. 스피스가 버디를 하면 버디로 응수해 추격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정상 고지를 밟았다. 2001년 투어에 데뷔해 187번의 도전까지 우승을 신고하지 못했던 워커는 2013년 10월 첫 승을 거둔 프라이스닷컴부터 이날까지 37개 대회에서 5승을 쓸어담았다. 2년간 5승은 최근 누구도 이루지 못한 일이다. '늦깎이'에서 '36세 신예'로 우뚝 선 그는 오는 4월10일 개막하는 마스터스 우승도 노려볼 만한 기세다. 111만6,000달러(약 12억3,400만원)의 상금을 보탠 그는 시즌 상금(346만달러)과 페덱스 포인트 랭킹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세계랭킹도 21위에서 처음으로 톱10(10위)에 진입했다. 대회장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집이 있는 그는 "모든 우승이 어렵지만 고향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기뻐했다.
스피스는 우승을 놓쳤지만 꾸준한 성적을 내며 세계랭킹 6위에서 4위로 올라섰다. 최경주(45·SK텔레콤) 1타를 줄이며 공동 15위(1오버파)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