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미군기지 예정부지 내 영농활동을 차단하려는 군의 조치가 먹혀들지 않자 국방부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7일 1억2천200만원을 들여 용역업체 직원 750여명과 10여대의 중장비를 투입해 평택시 팽성읍 함정리와 도두리 일대 농수로 2곳을 콘크리트로 막아 농지 폐쇄를 시도했다.
그러나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와 일부 주민들은 당일밤과 다음날 아침 굴착기를 동원해 덜 굳은 콘크리트를 모두 제거하고 농수로를 원상복구시켰다.
폐쇄 작업과정에서 용역 직원 8명이 부상하고 시민.사회단체 회원 2명이 구속되는 등 물리적 충돌 사태까지 빚어가며 시도됐던 영농차단 작업이 사실상 무위로 돌아간 셈이다.
주민 및 범대위측과 가급적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는 자세로 가장 낮은 단계의농수로 차단작전을 펼쳤지만 공을 들인 만큼 성과가 없자 국방부는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난감하다.지금으로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면서 "일단 대화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말로 답답한 심경을 내비쳤다.
농수로와 농로를 폐쇄하는 3차 영농차단 작업을 시도한다고 해도 주민과 범대위측에서 또다시 원상복구할 것이 뻔해 섣불리 나설 수 없다는 고민을 털어놓은 것이다.
게다가 국방부는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이 10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군기지 이전사업을 합법적으로, 계획대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뒤에 농수로가 원상복구된 사실이 알려지자 장관의 발언이 국민들에게 '공염불'로 비치지 않을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윤 장관은 당시 "미군기지이전 사업은 국회동의를 거친 국가안보정책 사업이기때문에 단계별로 소유권 권한 행사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천명했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농수로 및 농로를 폐쇄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없다는 판단 아래 고강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농행위를 마냥 방치하면 주민과 범대위측에서 농지에 뿌려놓은 볍씨가 자라이를 보상하는 추가비용이 들어가고 이에 따른 기지이전 일정이 전반적으로 늦춰지기 때문에 고강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에 따라 자신들이 소유권을 확보한 이 지역의 농수로에서 콘크리트를 걷어낸 주민과 범대위 관계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이와 함께 팽성읍 함정리와 도두리, 신대리 일대 농지 285만평에 대해주민들이 들어갈 수 없도록 철조망을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농수로와 농로를 복구해 농지에 물을 댄다고 해도 출입이 금지되면 영농행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설치한 철조망을 걷어내는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로 일부 경계병력을 상주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국방부 관계자는 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부 주민과 범대위측에서 '미군철수'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며 "이달 말까지 대책을 마련한 뒤 5월초부터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모내기 등 올해 농사를위해 물을 대는 작업이 필수인 만큼 농수로는 끝까지 사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