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나노기술하면 혈관을 돌아다니며 질병을 치료하는 나노로봇이나 은나노 세탁기 정도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나노기술은 이미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산업적 영향력도 점점 커져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한 이래 범정부차원에서 나노기술 투자를 진행해왔다. 나노기술 분야의 경쟁력은 세계 4위권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관련기업도 1,000개에 육박하고 있다. 현재 나노기술 관련기업의 절반 이상인 종업원 50인 미만의 소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단독으로 완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시장에 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은 완제품 제조과정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단행하자면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핵심기술에 대한 아웃소싱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나노융합산업 분야에서 성공하자면 핵심 나노소재 및 나노가공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과 완제품 제조업체인 중견ㆍ대기업 간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나노 분야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중소 나노전문기업과 완제품 제조업체와의 협업을 촉진하는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해왔다. 나노탄소소재 기반의 투명전극용 전도성 필름이나 나노패터닝 장비, 감염질환 진단용 나노센서, 나노양자점 LED 등에서는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각각의 연구개발 과제는 완제품을 타깃으로 대학, 연구소, 중소 나노전문기업, 완제품 제조 대기업 등이 협력하는 체계로 이뤄져 있어 안정적인 시장 진입이 실현된다면 모두가 과실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R&D 자금 지원을 통한 협업 촉진은 전체 자금규모가 제한돼 다수에게 확산되지 못한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R&D 자금을 투여하지 않고도 협업을 촉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절실한 이유다. 나노기술 공급자와 수요자를 한자리에 모아 공급자가 갖고 있는 기술을 소개하고 수요자가 필요한 기술을 전망하는 기회도 확대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신시장 창출을 논의하는 전략포럼 같은 행사가 많이 열려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