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석을 맞아 준비돼다 북한의 일방적 연기 선언으로 무산된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들은 북한의 제의가 나온 이튿날인 25일 하루라도 빨리 가족들과 만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겨울철 상봉행사는 고령의 이산가족들에게는 부담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상관없다”, “당장 내일이라도 좋다”라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북한은 지난 9일 남측이 제안한 설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거부하면서 “설은 계절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고려된다”라며 설 무렵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여는 것은 날씨가 추울뿐더러 시간적으로도 촉박하다는 의사를 밝혔다.
24일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하면서도 “설이 지나 날씨가 좀 풀린 다음 남측이 편리 한대로 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추위를 의식하는 태도를 보였다.
작년 추석 상봉에서 북한에 있는 두 명의 동생을 만날 예정이었던 문정아(87.경기도 파주) 할머니는 “북한이 워낙 변덕이 심해 종잡을 수 없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믿어봐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문 할머니는 “동생들을 만나면 주려고 내의와 겨울옷, 영양제, 화장품 같은 선물을 잔뜩 사놨다”라며 “겨울에는 북한이 정말 춥지만 나는 아무 때라도 상관없다”라고 강조했다.
딸과 동생 두 명을 만나기로 했던 박운형(93.경북 경산) 할아버지는 “남이나 북이나 이렇게 서로 시간을 끌 일이 아닌데 쓸데없는 데 힘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그래도 이번에는 되지 않겠느냐”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 할아버지는 “늦어져도 하긴 하게 되겠지만, 더 늙기 전에 했으면 좋겠다”라며 “되도록 빨리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힘을 주어 말했다.
이번에 상봉행사가 성사되면 조카 2명과 만나게 되는 마수일(83.경기도 동두천) 할아버지는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꼭 만나게 됐으면 좋겠다”라며 “아직 건강하니 추워도 상관없고, 아무 때라도 좋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마 할아버지는 북한이 지난 9일 남측이 제의한 상봉을 거부하면서 내달 말 시작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빌미로 삼았던 점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듯 “정부가 연합군사훈련을 조금 늦추면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