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3일 청와대 단독회동에서 민생회복과 경제활성화를 통한 정권 재창출이라는 공동의 목표와 협력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이날 회동은 이 대통령이 여러 대선 주자를 제치고 박 전대표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다만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진정성’을 요구했고 이 대통령은 당(박 전 대표)의 진정성을 당부했다. 일단 손을 잡으면서도 속내까지 한 목소리를 내기엔 미진한 셈이다.
특히 이 대통령과 박 전대표의 만남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이재오 특임장관은 이날 저녁‘6ㆍ3동지회’이름으로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을 만나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의 두 계파 사이에서‘균형’을 취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정치논리보다 민생에 초점을 둬야 하고 분열보다는 통합으로 가야 한다. 그런 선상에서 저도 당과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면서“대통령도 ‘그렇게 힘써달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진정성 있게 민생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 국민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지지를 호소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진언했으며.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당도 국민에게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하다”답했다.
이날 독대는 내용보다 방식에서 주목을 끌었다. 독대 시간은 55분 가량이었으며 내용은 청와대 관여 없이 박 전 대표가 국회로 돌아와 밝혔다. 여당 당대표를 만났을 때 보다 긴 독대 시간과 공개 방식은 청와대가 박 전 대표에 신경을 쓴 기색이다. 최근 박 전대표가 황우여 원내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한 후 황 원내대표에 공개를 맡겼다가‘여왕과 총리 같다’는 쓴 소리를 반영해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회동은 박 전대표가 건의하고 이 대통령이 반응을 보이는 식이었다. 정치 쟁점보다 민생을 강조한 내용 역시 박 전 대표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공식 기자회견장이 아닌 회관 사무실에서 진행한 이날 간담회에는 취재기자만 50여명이 모여 북새통을 이뤘다.
박 전 대표는“친이ㆍ친박에 대한 언급이 있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친이ㆍ친박 그런 말이 나오면 안 되지 않겠느냐”고 답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여권이 단결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55분 중에 민생 이야기가 거의 다였다”는 박 전 대표는 민생 경제에 대한 제안을 소개했다. 그는“경기지표는 괜찮은데 국민이 체감을 잘 못하는 게 심각하다. 국정의 중심을 민생에 둬 성장의 온기가 일반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와 닿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으면 한다”고 건의했고 이 대통령은 “앞으로 국정의 중심을 서민과 민생, 그리고 저소득층 두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내수를 어떻게 활성화하는가에 관심을 갖고 앞으로 잘 챙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논란이 일고 있는 남북접촉설과 관련해“대통령이 직접 하실지 통일부에서 할지 모르겠는데 조만간 국민들께 설명을 하게 될 것 같다”면서“지금은 잘못 알려진 여러 가지가 많이 있어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설명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비판을 받는 문제에 대해 간접적인 진화에 나선 것이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이날 회동의 의미를 축소하는 발언을 했던 이재오 특임장관에 대해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박 전 대표는 이 장관 등 다른 대선주자들이 이날 독대를 어떻게 생각하겠나는 질문에“당 신뢰도를 해결하고 민생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정치인으로서)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그런 선상에서 저도 최선 다하겠다고 했고 대통령도 힘써 달라고 하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오늘은 1964년 6월 3일 군이 계엄령을 내려서 학생운동을 탄압한 그 날”이라고 글을 올렸다. 이 장관은 1964년 한일회담 반대시위 때 고려대 상과대 학생회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어 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맞섰던 것을 상기한 것이다. 친이명박계 일부에서는 당권ㆍ대권 분리 고수로 다른 주자 발을 묶어 놓고 혼자 정치적 공간을 넓히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