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화제] 스티브김씨 도미 23년만에 20억불 거부 변신

【뉴욕=김인영 특파원】 2일 상오9시30분 뉴욕증시 개장과 동시에 자일랜(XYLAN)이라는 데이터 전송설비 회사의 주가가 수직 상승했다.월 스트리트 저널과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유력언론들이 유럽 2위의 전화설비 회사인 프랑스 알카텔사가 50%의 덤을 얹어 자일랜을 사기로 했다고 주요기사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날 자일랜의 주가는 32.7%나 폭등, 나스닥 증시에서 최고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근교 캘라바사스에 있는 자일랜은 재미교포 벤처기업가 스티브 김(50·한국명 金潤鍾·사진)이 창업, 경영하고 있는 회사다. 매각금액은 20억달러로 열흘 전 주가의 두배다. 재미교포로는 메릴랜드주의 정 김(한국명 김종훈)씨가 지난해 3월 유리시스템사를 루슨트 테크놀로지에 10억달러에 매각, 워싱턴 포스트지에 크게 보도되는 등 화제가 된 적이 있다. 1년 후 스티브 김이 유리시스템의 두배 가격에 회사를 매각, 재미교포 사회에서 거부로 탄생했다. 金씨는 지난 76년 서강대를 졸업한 후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맨손으로 로스앤젤레스에 건너왔다. 전자학 석사학위를 딴 후 미국 회사에서 5년쯤 직장 생활을 하다가 자신의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 친구 두 사람과 함께 차고를 개조, 파이버먹스(FIBERMUX)라는 전자부품 생산공장을 차렸다. 애플 컴퓨터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회장이 아버지 집 차고에서 PC 조립공장을 시작, 대기업을 일군 전설이 영어가 서툴러 고생하던 낯선 이민자에게도 실현됐다. 밤낮없이 제품개발에 매달린 끝에 데이터 통신 시스템을 개발, 미 연방항공우주국(NASA)·연방수사국(FBI)·중앙정보국(CIA) 등에 납품했다. 그는 더 큰 회사를 차리기 위해 파이버먹스를 매각하고 93년 매각대금 5,400만달러로 자일랜을 설립, 컴퓨터 및 인터넷 접속장치를 생산했다. 자일랜은 창업과 동시에 고속성장, 타임지 선정 초고속 성장 1위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95년 3,000만달러이던 매출이 지난해 3억4,760억달러로 3년 사이에 11배나 불었다. 98년 순이익은 전년 대비 63.6% 증가한 3,940만달러. 실리콘 밸리에서 「아시안 빌 게이츠」로 불리는 그는 서양 기업풍토에 동양적 가족주의를 접목해 기업을 운영했다. 직원들과는 점심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등 가족처럼 지냈고 이들 모두에게 주식을 배당, 주인의식을 갖게 했다. 기업합병과 관련, 뉴욕에 들른 金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2년간 자일랜을 더 경영한 후 후배 벤처사업가를 도와주는 일에 나서겠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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