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상하이 FTZ 출범 1년] 중국 경제둔화 속 더딘 개방… 외자기업 입주 6% 그쳐

너무 느린 금융·서비스 개혁에 외국기업들 실망 쌓여

실적도 11% 증가 그쳐… JP모건 "지금처럼 가면 실패"


시진핑 정부 개혁·개방의 상징인 상하이 자유무역구(FTZ)가 오는 29일로 출범 1주년을 맞이하지만, 더딘 개방 속도로 ''미완의 개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하이 FTZ를 상징하는 조형물.
/상하이=연합뉴스

시진핑 정부 개혁·개방의 상징인 상하이자유무역구(FTZ) 출범 1주년을 며칠 앞둔 지난 23일 FTZ 내 기업들은 바짝 긴장했다. FTZ 입주기업 '블랙리스트'라며 1,467개 기업들의 기업정보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중국 남방일보는 이들 기업이 영업·재무상황에 문제가 있다며 상하이 FTZ 1만2,000여개의 기업 중 12%가 1년 만에 부실징후를 보인 셈이라고 보도했다.

오는 29일 출범 1주년을 맞는 상하이 FTZ는 출범 때의 기대와 어긋나며 '더딘 개방과 미완의 개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반영이라고 하듯 상하이 FTZ를 이끌어온 다이하이보 상하이시정부 부비서장 겸 상하이 FTZ 관리위원회 상무 부주임이 부패·불법 혐의로 낙마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FTZ의 산파 역을 했던 리커창 총리도 외부의 부정적인 평가를 의식한 듯 18일 각종 규제를 지적하며 "시장에 더 많은 공간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외자기업 6%에 불과=지난 1년 동안 상하이 FTZ에 등록된 기업은 1만1,807개사다. 이 가운데 외자기업은 1,361개사로 전체의 15%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홍콩과 대만 등 중국 경제권에 속한 기업들을 제외하면 643개사 이하로 줄어든다. 한국 기업들은 45개사가 등록했다. 외자기업의 등록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은 중국 경제가 둔화세를 보이는데다 정부의 개방·개혁정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하이빈 JP모건 중국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상하이 FTZ의 개방 속도가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며 "지금처럼 느리게 가다간 자칫 실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적도 실망스럽다. 6월까지의 총 매출액은 7,400억위안(125조6,3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전체 매출의 85.1%는 상품이 차지하고 물류·서비스 등의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수출입 총액도 기대 이하다. 8월까지 수출입 총액은 전년 대비 9.2% 늘어난 5,004억위안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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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리만 두드리는 개혁·개방=출범 당시 상하이 FTZ는 금융개혁과 서비스업 개방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중국 정부의 소극적인 정책 운용은 외자기업들에 실망을 안겨줬다. KOTRA 상하이무역관은 "중앙부처와 FTZ 간 개방 수준 협의와 세부 법률·규정 조정이 지연된데다 점진적인 금융업 개편, 서비스업 개방에 외자기업들이 지쳐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19일 외국상회 상하이 FTZ 간담회에서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의 상의는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금융 분야의 개혁·개방이 너무 느리다고 지적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출범 당시 △위안화 자유태환제도 실시 △시장 메커니즘에 따른 이자율 시스템 구축 등을 발표했지만 너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키 리우 SC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무역결제, 비은행권 위안화 해외대출 허용 등 초보적인 위안화 역외 서비스로 자본계정 개방의 시늉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 지원에 달려=중국 기업들에도 FTZ는 실망스럽다. 좁은 면적에 겹치는 업종, 영업범위의 제한 등은 상하이 FTZ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2~3년 내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 31개 성시로의 개혁·개방 확대를 대비하는 시범구로 기대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중국 정부는 점차 정책지원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9일 간담회에서 FTZ 고위관계자는 "중국은 정책을 발표한 후 몇몇 시범사업을 거쳐 방향성을 정하고 천천히 정책을 실행한다"며 "첫해 부진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정부가 상하이 FTZ를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금융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위안화 자유태환, 이자율 자유화를 위한 점진적 개방 등에 대한 중앙정부와 상하이 FTZ 간 의견조율 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리 총리는 "자유무역구 범위는 유한하지만 개혁의 잠재력은 무한하다"며 "남이 하지 않은 일을 하는 용기와 풍부한 창의력을 모아 정부의 개혁과 더 높은 수준의 대외개방 과정에서 커다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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