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나 고액 자산가들의 세금 회피와 저금리 기조 탓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거액 예금의 이탈로 은행들이 안정적인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경고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리·국민·하나·신한·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거액 정기예금은 3만7,951개 계좌에 231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의 예금 유치는 거액 예금과 소액 예금의 양극화 현상이 한동안 지속했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거액 예금 계좌에 맡긴 돈은 2007년 상반기 3만4,000개 계좌 196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6만개 계좌 380조원으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이 기간에 1억원 이하 소액 예금 계좌에 예치된 돈은 1억3,600만개 계좌 232조4,000억원에서 1억6,600만개 계좌 342조2,000억원으로 증가율이 50%에 못 미쳤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들어 거액 예금은 5만5,000개 계좌에 377조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고, 올해 들어 이탈 현상이 한층 심해졌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거액 예금이 줄어드는 가장 큰 배경으로 ‘지하경제 양성화’와 저금리를 꼽았다.
한 프라이빗뱅킹(PB) 담당자는 “고액 자산가가 자금노출 회피 목적으로 돈을 빼는 것 같다”며 “은행의 거액 예금은 당분간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들어 금융소득에 누진 과세하는 종합과세의 적용 범위가 4,000만원 초과에서 2,000만원 초과로 확대되자 절세 목적의 이탈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PB 담당자도 “금리 매력이 낮아진 은행 예금 대신 장기 저축성보험과 주식형 펀드 또는 금괴나 현찰로 보유하려는 자산가가 많다”고 전했다.
거액 예금의 이탈은 큰 틀에서 은행의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양진수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거액 예금의 비중이 커지면서 은행 자금 조달의 위험이 커지고 안정성은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거액의 기업예금은 가계예금보다 건당 규모와 변동성이 커 대규모 지급결제 리스크가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트랜잭션 뱅킹(transaction banking)’ 사업의 확대로 거액 예금의 이탈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트랜잭션 뱅킹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것으로 평가받는 하나은행은 이달 중 4개 해외지점을 대상으로 ‘글로벌 자금관리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