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사진) 롯데그룹 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 대표 선임으로 한국과 일본 롯데를 총괄하는 자리에 오른 직후인 17일 그룹 경영 승계자로서의 첫 행보를 롯데케미칼에서 시작했다.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은 지난 1990년 신 회장이 한국 롯데의 경영에 처음 참여한 회사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식품과 유통에 주력했던 한국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경영에 참여한 후 석유화학 부문을 새 성장동력으로 키웠다.
이는 신 회장이 앞으로 일본 롯데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를 그려볼 수 있는 또 다른 단초이기도 하다.
롯데그룹의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일본 롯데의 경영 패턴 변화에 따라 한국에서의 사업 역시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 롯데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양국 식품·제과 사업의 시너지 창출에 가장 먼저 착수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후 한국 롯데의 일본 진출이나 현지에서의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롯데의 한 고위관계자는 "신 회장이 일본에서의 실적 상승에 큰 비중을 두고 구체적인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며 "신 회장이 수시로 일본을 찾아 현지 사업을 챙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셔틀경영'이 격월로 한국·일본을 오가는 것이었다면 이제 막 공식적인 후계자의 위치에 오른 신 회장은 더 빈번하게 일본을 방문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일 롯데의 사업 중에서 교집합이 가장 많은 식품·제과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전망하고 있다. 일본 롯데는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산하에 ㈜롯데·롯데아이스·메리초콜릿컴패니 등의 식품·제과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일본 롯데의 전체 매출 중 70%가량은 이들로부터 나온다.
롯데리아·크리스피크림도넛재팬 등의 외식 사업도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일본 롯데의 식품·제과 제품을 주로 유통하는 롯데상사·미도리상사가 움직이는 식이다. 한국 롯데의 롯데칠성음료·롯데제과·롯데주류 등과 합심하면 더 큰 규모와 다양한 제품으로 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이후 비(非)식품제과 분야에서 한국 롯데의 일본 진출이나 사업 협력도 예상된다. 경쟁이 치열한 식품·제과 사업만으로는 고수익을 올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롯데는 ㈜롯데를 통해 호텔·골프장 사업을, 롯데부동산과 롯데물산을 통해 각각 부동산·상사 사업을 영위해왔지만 매출이 크지 않다. 부동산과 상사 사업의 경우 기본적으로 성장성의 한계가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이처럼 부족한 부분을 한국 롯데가 채우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점쳐진다. 일본 롯데의 총매출은 2013년을 기준으로 약 5조7,000억원, 한국 롯데의 14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 롯데는 면세점을 제외하고는 일본 진출이 전무한 상황이다. 지난해 9월 롯데면세점이 간사이공항에 문을 연 후 도쿄·오사카의 시내면세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호텔롯데·롯데백화점·롯데마트 등은 일본에서 찾아볼 수 없다. 도쿄의 '롯데 시티호텔'은 일본 롯데가 운영하고 있다. 양국 롯데가 지금까지 거의 별개로 운영돼온 탓이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일본에서도 과감한 M&A를 단행해 몸집을 불릴지 주목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금까지 롯데홈쇼핑(당시 우리홈쇼핑), 롯데하이마트, 롯데렌탈, 미국 맨해튼의 더뉴욕팰리스 호텔 등 굵직한 M&A로 경영 수완을 발휘해왔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일본 롯데는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 중심의 체제를 강화하되 전반적인 사업의 비전 등은 신 회장이 직접 챙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sed.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