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알코아는 최근 제련 설비 11%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알루미늄은 음료수 캔부터 항공기 소재까지 산업전반에 사용되는 소재로 경기의 바로미터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포트는 지난 4월 픽업트럭인 'F 시리즈'의 판매가 전년에 비해 24% 늘어났다고 밝혔다. 주택경기의 회복 등으로 소형 건설업체 등에서 그동안 미뤘던 노후 차량교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두 가지 사례는 미국 경제의 엇갈린 흐름을 보여준다. 최근 발표된 다수의 경제 지표들은 지난 3년간 되풀이됐던 '연초 반짝 성장- 봄ㆍ여름 성장 둔화'의 패턴을 반복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지출 자동삭감(시퀘스터)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소비심리가 예상외로 되살아나고, 주택시장의 회복세는 탄탄해 올해는 다를 것이란 기대감도 여전히 살아있다.
미국 제조업 경기를 진단하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인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의 4월 제조업지수가 50.7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치로 전월의 51.3과 시장 예측치 50.9를 모두 밑도는 수준이다. ISM 제조업 지수는 50을 넘으면 제조업 경기의 확장을 의미하고, 50에 미달하면 위축을 의미한다. 지난 3월 민간 및 공공 건설프로젝트에 대한 지출 규모가 전달에 비해 1.7% 줄어든 8,567억2,000만 달러(연환산 기준)로, 지난해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4%로 집계된 지난 1ㆍ4분기 성장률에 대한 평가도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물론 지난해 4ㆍ4분기의 0.4% 성장에 비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의 예상치 3%에 미달한데다, 내용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ㆍ4분기 성장률에 대해 기업들의 재고증가 등 계절적 요인이 성장에 기여했을 뿐 미국경제의 펀더멘털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암울'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의 가장 큰 숙제인 실업문제의 개선은 더디기만 하다. 실업률은 완만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제의 잠재적 생산능력을 보여주는 경제활동 참가율이 떨어지는 구조적인 문제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지난 2000년 67%였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07년 66%로 낮아진 데 이어 2010년 64.3%, 지난 3월 63.3%까지 떨어졌다. 특히 24세 이하 청년층의 참가율은 지난 2007년 59.2%에서 3월 54.5%까지 급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55세 이상 노년층의 참가율은 같은 기간 64.1%에서 65.0%로 올라갔다. 이는 청년층이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지자, 학업을 연장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데 비해 베이비부머 세대는 이러한 청년층을 부양하고,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은퇴시기를 늦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는 고용시장 회복이 멀었음에도 실업률이 떨어지도록 하는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양적완화의 조건으로 고용시장의 질적 개선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의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도 미국 경제가 '춘곤증'을 앓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샘 블라드 웰스파고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년간 그랬던 것처럼 최근의 지표들은 올 봄과 여름 미국 경제의 성장속도가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MF 역시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시퀘스터 영향을 감안,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9%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그러나 모든 지표가 부진한 것만은 아니다. 미국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의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비심리는 반등에 성공했다. 컨퍼런스보드의 지난 4월 소비자기대지수는 68.1로 전월 61.9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2월 68.0을 기록한 뒤 시퀘스터 등에 대한 우려가 작용하면서 3월에는 큰 폭으로 떨어졌었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상승한 것이 소비주체들이 향후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택시장의 가격 상승세는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미국 주요 20대 도시의 주택가격을 반영하는 S&P 케이스 실러 지수는 지난 2월 기준 전년 동기에 비해 9.3%나 상승했다. 주택이 미국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미국경제의 향방은 워싱턴 정치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채무한도 유예 적용이 오는 18일 끝나면, 재정건전화를 둘러싼 민주ㆍ공화당의 대립이 더욱 격해질 개연성이 높다. 설사 진통 끝에 합의점을 찾더라도 이 과정에서 소비자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는 증폭될 수밖에 없고, 이는 미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