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는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연결하는 브루클린브리지가 있다. 지난 1883년 완공된 총길이 2.7㎞의 이 다리는 최초로 강철 케이블을 사용한 철재 현수교로 뛰어난 조형미와 디자인으로 지금까지 널리 사랑 받는다. 그런데 이 구조물이 만들어지기까지 희생과 역경을 뛰어넘는 의지가 숨어 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869년 존 로블링과 그의 아들 워싱턴 로블링은 당시 많은 전문가들의 비난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욕적으로 이 다리 건설을 계획했다. 하지만 작업 시작 얼마 후 아버지 존이 사망했고 뒤이어 아들 워싱턴마저 교각 작업 도중 혼수상태에 빠지는 큰 사고를 당했다.
워싱턴은 의식을 되찾았으나 전혀 말을 하지 못했으며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손가락뿐이었다. 사람들은 다리 건설이 물거품이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리 건설에 대한 워싱턴의 열정은 손가락을 이용해 아내 에밀리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을 찾아냈고 에밀리를 통해 설계와 공사관리를 할 수 있었다. 결국 13년에 걸친 노력 끝에 역사적인 다리가 완성됐다.
최근 글로벌 경제한파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침체와 불안심리가 심각해지면서 가계는 가계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역경을 맞고 있다. 우리 속담에 ‘복은 쌍으로 안 오고 화는 홀로 안 온다’더니 정말 요즘 우리에게 어려운 일들이 겹쳐오고 있다.
필자 사무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광고판에는 김연아 선수가 얼음판에 엉덩방아를 찧는 장면이 몇 번씩 나온다. 또 김연아 선수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우는 듯한 장면도 있다. 그리고는 ‘실패가 없었으면 세계 최고는 그저 꿈이었을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김연아 선수뿐 아니라 큰 선수, 큰 인물 뒤에는 항상 역경이 숨어 있다. 큰 인물이 아니더라도 보통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과거에 심각한 어려움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러나 힘들다고 생각한 것도 막상 부딪히고 맞서다 보면 별 게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도 뒤를 돌아보면 학업부터 사회생활까지 ‘포기냐, 재도전이냐’를 놓고 갈등했던 순간들이 있었고 ‘만약 그때 포기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라고 생각해보면 견뎌낸 것에 다행스러워 할 때가 많다.
사람이 강한 사람이냐, 약한 사람이냐는 신체적인 능력이나 저항력의 차이가 아니라 역경에 맞서는 강인함ㆍ용기ㆍ인내심과 실패를 극복한 경험의 차이에서 온다. 경제가 어려운 요즘 브루클린브리지의 로블링 부자처럼 좌절하지 않고 역경에 맞서는 의지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