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에너지위기 이렇게 극복한다] (기고) 김동원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실장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국제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두바이유의 10일 이동평균 가격도 이번주 초를 고비로 배럴당 29달러를 넘었다. 국제전문기관들은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 전개양상에 따라 배럴당 35~40달러 수준의 고유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특히 우리의 경우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7.4%에 이르고 국내 총수입액 가운데 20.2%에 이르는 316억달러를 에너지수입에 사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적인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 물가, 산업생산, 국제수지 등 경제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일상 생활이 에너지와 불가분의 관계인 만큼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에는 과거의 석유위기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중동 산유국과의 협의를 통해 필요한 물량을 차질없이 공급해 줄 것을 약속받았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100일분 이상의 비축유를 확보함으로써 어떠한 경우에도 물량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국제유가가 상당 기간 29달러선 이상을 지속할 경우 관세, 내국세, 수입 부담금 등을 단계적으로 인하해 국제유가 상승분이 국내 석유가격에 전가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유흥업소의 네온사인사용제한, 골프장ㆍ스키장 등의 심야전력사용제한 등 불요불급한 에너지사용처에 대한 수요관리를 단계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나아가 국내 에너지수급에 중대한 영향이 발생하면 최고가격제 실시, 유가완충자금 활용, 비축유 방출 등을 통해 국내 에너지수급에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제한송전과 석유 배급제 등의 대책을 시행할 방침이다. 특히 올 겨울은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추위로 청정연료인 천연가스(LNG)소비가 증가한데다 발전용LNG도 당초 수급계획물량 이상으로 소비됨으로써 국내 여유분이 줄어든 반면 국제시장에서 필요한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빚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발전용LNG를 다른 연료로 전환하는 한편 필요한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이런 조치에 힘입어 이제는 물량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는 안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액의 80.4%를 석유제품이 차지하는 현실에서 국제유가의 급등에 대응해 자발적인 에너지소비절약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긴요한 과제다. 하지만 에너지 소비추이는 98년만 하더라도 1인당 3.58톤이었으나 생활수준의 향상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에는 4.31톤으로 증가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국민들의 자발적인 에너지절약참여라고 할 수 있다. 국민 개개인이 실천한 조그만 절약이 국민경제 전체적으로는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실내 난방온도를 섭씨 1도만 낮춰도 에너지 소비를 7% 절약할 수 있다. 이는 100만kw급 발전소 1기를 가동하지 않아도 되는 막대한 규모의 에너지 사용량이다. 결국 개인에게는 미미할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제2의 에너지 생산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최근의 고유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우선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시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효율 기자재의 보급을 확대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인센티브 제도를 확대해 시행중이다. 앞으로 국제 유가 및 국내 에너지 수급상황에 따라서는 전력의 직접부하 제어제도 등 수요관리를 실시해 나갈 계획이다. 또 필요에 따라서는 에너지 사용을 강제로 제한하고 강제 배급제 등을 시행하는 것도 검토중이다. 우리가 자발적으로 절약한 에너지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고 에너지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소비문화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이번 뿐 아니라 앞으로 또 다시 올지 모르는 국제 고유가 상황에 비교적 쉽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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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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