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오피스 시장은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도심·강남권·여의도권 등 3대 권역으로 형성됐던 오피스 밀집 지역이 판교나 상암DMC 등 외곽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서울만의 특징은 아니다. 한국보다 오피스 시장이 발달한 영국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서울 부동산 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폴 토스테빈(사진) 세빌스 글로벌리서치 이사를 만나 영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특징을 살펴보고 한국에 던지는 시사점을 찾아봤다.
-현대 도시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창의력과 자본의 융합'이다. 오늘날의 도시는 새 아이디어나 상품을 기획하고, 발전시키고, 자본을 투입하고, 개발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일어나는 곳이다. 젊은이들은 임대료가 싼 지역에 모여들어 기존의 공간을 재해석·재창조해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공간이 구성된 후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들고 이로 인해 공간과 도시의 성격이 만들어진다.
-런던을 대표적인 '테크시티'로 꼽았는데 산업구조의 변화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가장 큰 변화는 '하위 시장(sub-market)'의 등장이다. 이스트런던은 전통적으로 제조공장이 들어선 산업 지역이고 오피스 지구가 아니었다. 하지만 낮은 임대료를 원하는 테크 기업들이 들어오면서 업무 지구로 성격이 바뀌었다. 싼 임대료를 찾아 기업들이 새로운 곳으로 모여들고 이 과정에서 임대료가 높아지면 또 주변의 새로운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최근의 흐름이다.
-산업구조의 변화가 오피스 형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
△그렇다. 런던 킹스크로스에 들어선 구글 사옥의 경우 전통적인 오피스 모양에서 벗어나 좀 더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고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과거처럼 넓은 업무 공간을 구성하는 데만 집중하지 않고 업무 공간이 위치한 빌딩과 주변의 연계성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주거·업무·상업지구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은.
△런던의 '킹스크로스 프로젝트'는 주거·업무·교육·상업시설이 함께 있다. 이 프로젝트의 특징은 대학교를 비롯한 각종 시설을 복합 개발함으로써 해당 지역을 24시간 깨어 있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편리하고 개발업자 입장에서는 한정된 땅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앞으로는 이 같은 개발 방식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