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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벤처, 메니피 DNA

자마들 올 상금 70억 달해 리딩 사이어 사실상 확정<br>'경부대로' 등 64두124승<br>혈통 이어 받은 암말들도 국산마 경매 최고가 행진

메니피


경마를 혈통의 스포츠라고 부른다. 우월한 유전자를 보유한 우수 종마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종마의 정액이 다이아몬드 가격과 비견될 정도로 명마 한 마리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달리는 기업'이나 다름없다.

올해 한국경마는 '메니피 세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산 씨수말 '메니피(16)'는 자마들의 맹활약으로 올해 '리딩 사이어(Leading Sire)' 등극을 예약했다. 리딩 사이어란 그 해 자마들이 획득한 상금의 총합이 가장 많은 아버지 말을 가리킨다. 마주들에게 가장 많은 총상금을 안긴 경마계 올해의 씨수말인 셈이다.

2012년 경마 종료일이 얼마 남지 않은 20일 현재 메니피는 2012년 리딩 사이어 부문에서 총 69억8,700만원을 기록, 2위 '엑스플로잇(39억1,000만원)'에 30억원 이상 차이로 앞서 1위를 사실상 확정했다.


메니피가 '자식농사' 풍작 행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올해 국내 씨수말 3년차로 리딩 사이어 자리에 오르며 자마들의 연간 상금액에서 한국경마 역대 최고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지난 3월 돌연사한 크릭캣이 2010년 쌓은 34억1,000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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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50만원 차이로 엑스플로잇에 이어 2위에 머물렀던 메니피는 올해 전성시대를 열어젖혔다. 네 살의 자마까지 배출했을 뿐이지만 메니피는 올해 110마리를 출전시켜 그 중 64마리가 1,119승(승률 17.5%)을 기록했다. 6필이 대상경주에서 우승했고 1회 출전당 평균상금 956만원, 경주마 1필당 평균상금은 6,170만원에 이른다. KRA컵 마일 경주대상 우승마인 '경부대로'를 필두로 한 자마들의 승률, 복승률, 상금, 승수 등 모든 부문에서 메니피는 압도적인 1위를 질주 중이다.

메니피의 머니 파워는 경마장 밖에서도 최고다. 지난 10월 KRA한국마사회 제주경주마 목장에서 열린 국내산 경주마 경매에서 메니피의 피를 물려받은 1살짜리 암말은 2억6,000만원의 국내 역대 경매 최고가로 낙찰됐다. 지난달 말 1세 국산마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3두의 경주마 역시 모두 메니피의 혈통을 이어받았다.

우수 혈통은 최근 말산업 육성 정책과 맞물려 경주마 수출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주목 받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말레이시아에 3두의 경주마를 최초로 수출한 데 이어 지난달 26일 6두를 추가로 수출했다. 메니피, 호크윙, 비카의 자마들이다. 또 내년부터는 떠오르는 경마 시장인 중국에도 수출을 할 계획이며 이번주 중국 관계자가 입국해 검역실사를 진행한다.

마사회 관계자는 "미국 등 경마선진국들을 제치고 수출 길이 열린 것은 한국 경주마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 받았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면서 "마사회와 민간 기업이나 목장 등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스타 씨수말을 키워내고 이를 브랜드화한다면 수출 효자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996년생 메니피는 마사회가 한국경마의 질적 향상과 경주마 국산화를 위해 미국에서 지난 2006년 도입했다. 약 40억원(세금포함)이라는 최고가를 투자해 들여온 메니피는 미국경마에서 11전5승, 2위 4회의 성적을 거둔 뒤 4세 때 켄터키 스톤팜에서 씨수말로 전향했다. 2006년까지 미국에서 1만5,000달러(1,610만원)의 교배료를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마사회 인증 경주마목장의 신청을 받아 추첨을 통해 무료로 교배를 하고 있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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