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8월14일] 쾰른대성당


뻗어나가는 독일제국의 위세처럼 첨탑은 하늘을 찔렀다. 1880년 8월14일 쾰른대성당 완공식. 빌헬름 1세가 감격에 떨고 온 나라가 축제에 빠졌다. 그럴 만했다. 1248년 8월15일 시작된 공사가 꼭 632년 만에 완공됐으니 좋을 수밖에. 두개의 첨탑 높이는 157미터.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길이 144미터, 폭 144미터에 이르는 성당을 설계한 사람은 13세기의 건축가 게르하르트. 공사막바지에 첨탑을 목조에서 철근으로 대체한 것 외에는 설계 변경이 없을 만큼 완벽한 설계도를 그려냈다. 중세 독일인들이 요즘 기준으로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성당 건축을 추진한 이유는 평화에 대한 갈망 때문. 국토의 5분의4를 폐허로 만들고 1,600만 인구를 600만명으로 줄여 놓은 30년 종교전쟁의 막바지에 불타버린 쾰른 구성당을 웅장하고 찬란하게 만들어 평화를 기원하겠다는 바람이 대역사를 이끌었다. 공사에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갔다. 기록이 남겨진 1842년부터 완공까지 투입된 건설비만 2,700만마르크. 요즘 돈으로 10억달러가 넘는 비용의 30%만 국비로 충당되고 나머지는 기업과 시민들이 떠안았다. 전쟁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염원이 통했기 때문일까. 대성당은 쾰른시의 90%가 공습으로 파괴된 2차대전에서 대형 폭탄 14발을 맞았으나 살아남았다. 1956년 완전 복구. 주변 고층건물 건설로 인한 미관 훼손을 이유로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소식에도 대성당에는 연간 6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 든다. 관람료(4~7유로) 수입도 짭짤하다. 개발연대에 형성된 ‘빨리 빨리 증후군’으로 건물과 도로 등이 총체적으로 부실한 입장에서 8세기를 이어져 온 쾰른대성당이 부럽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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