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해외 사업들이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상대국의 미온적인 대응과 수익성 논란에 차기 정부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사업이 상당 기간 표류하거나 자칫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8월 도쿄증권거래소(TSE)로부터 양국 증시 간 교차거래를 잠정적으로 미루자는 제안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부터 추진해오던 도쿄거래소와 오사카거래소(OSE)의 합병이 7월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아 한국거래소와의 교차거래가 후순위로 밀린 탓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12월 도쿄거래소와 교차거래를 추진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일본 양 거래소의 통합이 내년 상반기쯤 이뤄질 것으로 전망돼 양국 간의 교차거래도 시한을 기약할 수 없게 된 셈이다.
홍콩증권거래소와의 교차거래 논의도 답보 상태다. 지난해 12월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샤자리(夏佳理) 전 홍콩거래소 이사장을 만나 상호 교차거래를 제안한 후 추가 논의가 진척됐지만 홍콩거래소가 런던금속거래소(LME)를 매입기로 하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아울러 중국과도 양국 대표기업 30~50개를 교차상장시킨 후 교차거래를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현재 더 이상 진척이 없는 상태다.
따라서 한국거래소가 야심 차게 준비해온 '한ㆍ중ㆍ일 삼각투자'를 통한 동북아 자본시장 허브 정책은 시한을 기약할 수 없는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일본과 홍콩 등 상대국이 적극적인 논의에 나서지 않아 현재 교차거래가 언제 시작된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굵직한 해외 기업의 국내 상장 유치 사업도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거래소는 그동안 그리스ㆍ터키ㆍ브라질ㆍ카자흐스탄 등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을 국내 증시에 유치하려고 노력했지만 현재 단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국내 상장에 관심을 보였던 터키 공항건설ㆍ운영 업체 타브(TAV)와 터키의 대형은행인 가란티(Garanti) 은행도 증시 악화와 국내 상법 규정 제약으로 상장을 미뤘다. 거래소 측은 "당초 그리스에서 대형 선박회사 등 여러 업체가 국내 상장에 관심을 가졌지만 글로벌 증시가 악화하면서 지지부진해진 상태"라며 "카자흐스탄도 논의가 더디고 브라질 업체 상장은 현재 진행이 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거래소가 110억원을 투자한 라오스증권거래소의 상장종목도 정체 상태를 보이면서 운영자금 20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등 수익성에 대한 논란도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내년에는 정권 교체에 따라 거래소의 사업 방향도 수익이 나는 사업으로 바뀔 수가 있어 공격적으로 해외 사업을 추진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