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때마다 그 나라 언어로 출판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수집했습니다. 그렇게 모은 책이 100권이 넘습니다. 이 책들 속에 있는 여주인공 샤롯데의 삽화는 최근 상품권 디자인을 바꾸는 과정에서 참고 자료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신헌(사진) 롯데백화점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12년만에 도안이 변경된 롯데상품권의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신 대표는 "상품권 디자인을 교체하기로 논의하면서 화폐는 아니지만 현금처럼 사용되는 국내 대표 상품권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화폐처럼 인물을 넣기로 결정했다"며 "한류 스타 등이 후보로 꼽히기도 했지만 그래도 롯데를 대표하는 인물은 역시 '샤롯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신 대표의 인문학에 대한 관심, 특히 지난 34년 동안 롯데에 몸담으면서 애정을 담아 수집해온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진가를 발휘했다. 샤롯데를 상품권 도안의 주인공으로 결정했지만 실존 인물이 아닌 소설 속 인물을 그 시대에 맞게 재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샤롯데는 베르테르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는 여인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마른 체형의 현대 여성으로 그려졌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책을 비롯해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면 샤롯데는 이번 상품권에 들어간 모습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평소 패션이 강한 백화점을 강조하며 유행 색상과 디자인, 전체 백화점 분위기 등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챙겨온 신 대표의 경영 스타일이 상품권 변경 과정에서 다시 한번 드러난 셈이다.
한편 신 대표는 내년 회사 창립 35주년을 맞아 베르테르로부터 사랑 받은 샤롯데처럼 고객들로부터 사랑받는 롯데를 만드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내년 봄 출간 예정인 '롯데쇼핑 35년사'를 위해 오랜 고객들로부터 롯데백화점과 관련된 사진이나 물건, 추억 등을 모으는 데도 직접 나서고 있다.
신 대표 역시 롯데 가족의 일원으로서 지난 1979년 입사 당시 처음 받았던 사원증을 회사에 제출했다. 롯데백화점 공채 1기 출신의 사원증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내년은 모바일 기술이 적용된 백화점 쇼핑의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바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업계를 선도하는 백화점으로서 고객들에게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