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취급하는 방카슈랑스 보험상품들을 살펴보면 `신용보험`이라는 생소한 이름을 찾을 수 있다. 신용보험은 은행 대출과 보험의 위험보장 기능을 결합시킨 상품이다. 은행에서 대출 받은 고객이 갑작스럽게 다치거나 사망해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됐을 때 나머지 채무를 보험사에서 대신 은행에 갚아주는 방식이다. 이처럼 신용보험은 은행거래와 보험거래의 교집합에 해당하는 속성을 갖고 있어 방카슈랑스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일컬어진다.
신용보험은 은행과 생명보험사가 연계한 신용생명보험과 손해보험사가 연계한 신용손해보험 등 2종류로 나눠진다. 아직 방카슈랑스 시행 초기여서 신용보험을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한 은행과 보험사는 없지만 조만간 대다수 은행들이 신용보험을 판매할 예정이다. 현재 생보사에서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손보사 가운데에서는 현대해상과 LG화재, ACE화재가 은행과 제휴해 신용보험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신용보험은 방카슈랑스가 시행되기 이전부터도 은행들이 보험사와의 업무제휴를 통해 부분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신한은행과 카디프생명의 제휴상품인 `세이프론`과 ACE화재와 제일은행의 제휴상품인 `퍼스트지키미론`이 신용보험 상품의 일종이다. 최근 한미은행이 에이스아메리칸 화재보험과 업무제휴를 통해 내놓은 `굿뱅크론`도 같은 종류의 상품이다.
이처럼 신용보험연계 대출상품의 출시는 방카슈랑스 시행보다 먼저 시작됐지만 아직 이 상품의 판매 실적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대출고객의 약 2%정도만 이 같은 신용보험 연계상품을 이용한다고 있다”며 “당초 예상과는 달리 신용보험 상품들이 잘 팔리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초기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방카슈랑스가 활성화 되면 신용보험이 가장 큰 수혜 상품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용손해보험의 경우 건당 보험료가 5만원 미만으로 저렴하고 신용생명보험도 보험료가 대출금의 0.1~0.3%로 저렴한 편이기 때문이다.
문낙현 하나은행 방카슈랑스 팀장은 “일본의 경우 신용보험이 유용성을 인정 받아 상당히 활성화 돼 있다”며 “우리나라도 홍보만 잘되면 곧 방카슈랑스 주력상품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ju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