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수조 내놔라"무분별 소송 우려… 특허괴물 방어장치 마련

■ MS-노키아 기업결합 '특허 로열티 상한선' 둔다

특허권 확보한 노키아, 삼성·LG에 거액 요구

MS는 삼성에도 소송

주요국 조치중 가장 강력… 시장개입 논란 부를수도


"MS와 노키아가 마치 특허괴물처럼 되고 있습니다. 두 업체 행보에 국내 전자업계가 초미의 긴장 상태입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가 공정위에 MS와 노키아 합병 승인 시 더욱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한 것은 이 때문"이라며 "공정위의 승인 조건에 따라 국내 전자 업체가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MS와 노키아는 전자 업계 가운데 특허 질이나 보유 면에서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다. 실제 MS는 기초적인 소프트웨어 특허를 많이 갖고 있어 전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들로부터 연간 20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로열티를 받는다. 노키아 역시 원천특허를 중심으로 4만여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정위의 승인 조건에 따라 현재 MS·노키아와 삼성·LG전자가 진행 중인 특허 로열티 협상 역시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MS와 노키아 특허공세에 시달리는 한국업체들=노키아는 MS에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자사의 특허권을 10년간 사용할 수 있는 '통상실시권(non-exclusive license)'을 확보했다. 한마디로 제품은 생산하지 않고 특허를 활용해 특허괴물로 변신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노키아는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에 거액의 로열티를 요구해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특허업계 관계자는 "노키아가 삼성과 LG전자에 요구한 금액은 말 그대로 '상당한 거액'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삼성과 LG가 노키아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MS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최근 특허소송을 냈다. 이유는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운용체제의 MS분 특허 로열티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부 지급된 로열티 역시 연체 이자를 납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MS가 노키아 휴대폰 사업본부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양사는 지난 2011년 9월 특허 교차사용 계약을 체결했고 이런 가운데 MS가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삼성은 로열티 지급을 중단했다. MS가 계약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MS는 이에 상관없이 삼성에 특허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현재 삼성은 MS를 상대로 맞소송 제기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업계 고위 관계자는 "노키아와 MS가 우리 제조사에 요구하고 있는 로열티 금액은 각각 수조원대로 추정된다"며 "일부에서는 지금껏 삼성·LG가 지불한 로열티 금액 중에서 가장 많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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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조건부 승인, 특허 협상에 영향 미친다=이에 따라 국내 전자 업체들은 공정위가 MS와 노키아 합병 승인 시 까다로운 조건을 걸어야 한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특히 노키아의 공세를 우려해서다. 노키아가 특허관리전문회사(NPE)로 과도한 로열티 인상과 판매금지 등을 요구하는 무분별한 소송에 주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공정위의 로열티 상한선이 어느 정도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로열티 상한선에 따라 현재 삼성과 LG전자가 MS와 노키아 등을 상대로 진행 중인 특허 로열티 협상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로열티 상한선이 높지 않을 경우 국내 전자 업체 입장에서는 MS와 노키아에 너 낮은 특허 로열티를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셈이다.

노키아의 경우 표준특허는 '프랜드(Frand·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원칙을, 비표준특허는 다른 업체로 특허가 넘어가 이중부담을 질 가능성을 배제하는 식으로 양도금지 조항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표준특허의 양도금지 기간은 중국의 5년과 크게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MS에 대해서는 우리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표준특허를 침해하더라도 판매금지 조치는 취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둘 것으로 보인다. 합병 후에도 현재와 같은 기술특허 사용료나 허가조건 수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대체적으로 중국 당국의 조건부 승인 방식을 따르면서도 국내 시장 여건을 감안한 방식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황은정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특허지원센터 변호사는 "업계에서는 노키아의 과도한 로열티 인상을 가장 우려하고 있으며 (경쟁당국이) 승인한다면 중국보다 더 높은 수위의 승인이 필요하다"며 "로열티 상한선을 두면 이는 지금까지의 주요국들 조치 중 가장 강력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정부 승인 조건 왜 까다롭게 했나=당초에는 중국과 비슷한 수준의 조건을 검토했지만 최근 기류가 바뀌었다는 게 업계 안팎의 후문이다. 최근 업계에서 노키아가 중국 업체에 요구했던 20배 인상과 같은 거액의 특허료를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도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물론 시장개입 논란을 자초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닥은 잡았지만 최종 결정에 이르기까지 부담은 여전하다.

중국 상무부는 프랜드 원칙과 판매금지령·배제령 청구 금지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승인했고 표준특허와 비표준특허의 끼워팔기는 금지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은 지난해 두 회사의 합병을 조건 없이 승인했고 대만은 2월 안드로이드 폰 제조업체와 윈도 폰 제조업체 간 차별적 인상금지 조건을 달았다. 노키아가 보유 중인 휴대폰 특허는 약 3만건에 이르며 이 중 7,000건은 통신 분야 특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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