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프로로 전향할 때부터 '슈퍼 루키'라는 애칭이 붙었던 여자프로골퍼 김효주(18ㆍ롯데). 그는 데뷔 시즌인 2013시즌이 끝날 때까지 슈퍼 루키 수식어를 지켰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왕에 평균 타수 1위(71.24타)까지 2관왕에 올랐기 때문이다. 우승 한 차례 등 톱10 진입률(70%)도 가장 높은 김효주를 다음 시즌부터는 '꾸준함의 여왕'으로 불러야 할 것 같다.
최근 고려대 입학도 확정돼 내년부터 '14학번 여대생'이 되는 김효주를 지난 27일 서울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했다. 옅은 화장 때문인지 이제 김효주한테서도 제법 여인의 향기가 묻어 나왔다.
그는 주말 골퍼들에게 꾸준함의 비결을 전수해달라는 요청에 세 가지를 얘기했다. 첫째는 "드라이버 샷, 세컨드 샷, 어프로치 샷, 퍼트 가운데 하나만 잘해도 파는 할 수 있다. 한 가지에 신경 써라"는 것. 둘째는 벙커 탈출 때 "모래를 푹 찍다 멈추는 버릇을 버리고 한 번에 지나가게 스윙하라"였다. 특히 세 번째에 귀가 번쩍 뜨인다. 김효주는 "3번 우드로 퍼트 연습을 해보라"고 권했다.
◇3번 우드로 퍼트를?=20개 출전 대회에서 평균 71.24타를 친다는 것은 드라이버ㆍ아이언ㆍ퍼터 가운데 어느 것 하나 모자람 없이 두루 잘 다룬다는 뜻이다. 실제로 김효주의 올 시즌 그린 적중률은 74.68%로 6위, 평균 퍼트 수는 30.34개로 7위였다.
그런 김효주에게 '단 1개의 클럽으로 18홀을 돌아야 한다면 어떤 클럽을 쥘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김효주는 망설임 없이 3번 우드를 택했다. "티 샷, 세컨드 샷은 물론이고 퍼트도 우드로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그는 "아마추어 때부터 퍼트가 잘 안될 때면 우드로 퍼트 연습을 하곤 했다"며 "벨리 퍼터를 쓰는 동작처럼 우드의 그립 끝을 배에 대고 연습하면 어깨와 손이 같이 움직이니까 어깨와 팔, 손의 일체감을 찾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효주는 평균 타수 1위 타이틀을 따낸 원동력으로 리커버리 능력을 들었다. "올 시즌 벙커 샷에 대해 자신감이 커졌다"는 그는 "미스 샷이 나오면 러프 말고 제발 벙커에 빠지기를 바랄 정도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파5 홀에서 2온 시도 때 벙커가 보이면 예전 같으면 잘라서 갔어요. 벙커 샷에 자신감이 생기고 벙커에서 리커버리에 계속 성공하다 보니 그린을 향해 바로 쏘게 됐죠." 김효주는 "주말 골퍼들 중엔 모래를 깊게 파는 데만 신경 쓰는 분들이 많은데 그러면 탈출이 어렵다"며 "끝까지 스윙을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버디는 기쁨, 파는 평온, 보기는 집중=김효주의 기복 없는 플레이는 특유의 무던한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머니 최성휘씨의 영향이 커 보인다. 기독교인인 최씨는 김효주에게 '버디는 기쁨, 파는 평온, 보기는 집중'이라는 '멘털 공식'을 가르쳤다. 버디를 잡았을 땐 기뻐하되 자만하지 말고 파를 했을 땐 감사하는 마음으로 평온을 유지하며 보기를 범했을 땐 실망하지 말고 다음 홀부터 집중하라는 뜻이다. 김효주는 "시즌 초반 1승을 거둔 뒤 우승이 없어 막판에 조급한 마음이 들었는데 엄마와 단 둘이 대화를 나눈 뒤 평정을 찾았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최고의 멘털 코치인 셈이다. 아버지 김창호씨도 골프를 전혀 안 치는데도 딸의 어드레스 자세만 보고도 퍼트 성공 여부를 알아맞힐 정도로 도가 텄다.
가족의 든든한 뒷바라지 속에 프로 첫해부터 상금 4위(4억6,400만원)에 오른 김효주. 그는 다음달부터 태국과 미국에서 내년 시즌을 위한 담금질에 들어간다. "다른 건 몰라도 홀인원한 언니들이 부러웠어요. 친언니가 '남들은 홀인원해서 자동차도 타는데 넌 뭐하냐'고 그러더라고요. 내년엔 언니한테 차 선물하려고요. '홀인원 못해도 상금 더 많이 벌어서 한 대 사줄게'라고 약속했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