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인사들이 정부기관 세종시 이전 반대 촉구 성명에 나서면서 세종시를 둘러싼 논란의 불길이 점차 사회 이슈로 확산되고 있다. 자칫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촉발된 촛불시위처럼 국론 분열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강영훈 전 국무총리와 조용기 여의도 순복음교회 원로목사 등 각계 원로 93명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원로들' 명의로 시국선언문을 내고 "극심한 행정 비효율을 야기하는 세종시 행정부처 이전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언문에 이름을 올린 원로는 강 전 총리를 비롯해 현승종·노재봉·남덕우·이영덕·정원식·이한동 등 7명의 전 국무총리와 강문규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 손봉호 전 동덕여대 총장, 이세중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시민사회 원로와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등 종교계, 이명현·박영식 전 교육부 장관 등 학계 원로들이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수도 분할로 생기는 비효율을 막아야 한다"며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로 정부기관을 이전하는 계획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또 "행정부 대부분인 9부2처2청을 이전하면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는 시간 낭비가 크고 분초를 다투는 국가안보 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일 후 베를린과 본에 행정기관을 나눠 배치한 독일의 예를 거론하며 "베를린과 본 두 도시를 오가는 셔틀 비행기를 연 5,500회나 운영하고 본에 있는 부처가 대면(對面)협의 때문에 베를린에 2차관을 두는 등 이미 비효율 문제가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또 "세종시는 과감한 정부투자와 규제철폐로 과학ㆍ의료ㆍ산업 중심지 등으로 개발해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5개 부처를 세종시로 옮긴다는 최근의 여권 안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원로들은 "세종시는 (행정부처 이전보다) 녹색ㆍ과학ㆍ기업ㆍ정보기술(IT)ㆍ교육ㆍ의료ㆍ문화ㆍ관광이 융합된 첨단도시로 건설하는 것만이 충청권과 국가 전체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며 "충청도민들의 심사숙고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날 발표된 성명은 시민단체인 '선진화시민행동'이 주도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