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북한 아시안게임 응원단 파견 메시지 제대로 읽어라

정부는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파견하겠다는 북한 측 발표를 수용하기로 입장을 정했다. 북 응원단의 남한 파견은 2002년 9월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이번이 네 번째이며 2005년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이후 9년 만이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공화국 정부 성명'이라는 최고 수준의 입장표명을 한데다 스포츠를 통한 남북관계 교류라는 측면에서 환영을 표시할 만하다.


다만 주목해야 할 대목은 북한이 응원단 파견과 함께 우리의 5·24 제재조치 해제, 그리고 6·15와 10·4선언의 남북 공동합의 이행 등 남한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이 연초 유럽 방문시 제안한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 "제도통일·흡수통일을 추구하는 반민족적 행위"라는 비난도 빼놓지 않았다. 남북관계 개선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핵 무력은 평화와 안전을 위한 담보"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치의 변화도 없음을 재확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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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동해 포사격부대를 시찰하면서 "일단 싸움이 벌어지면 우리 해상에서 기어드는 원수들을 해상에서 모조리 수장해버리겠다"고 한 강경발언까지 보도했다. 한쪽으로는 '대화'와 '교류'를 강조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군사적 긴장수위를 높이는 전형적인 화전(和戰) 양면전술이다. 북한은 지난달 말에도 남북 간의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하자는 특별제안을 해놓고 한쪽으로는 미사일 발사와 포사격 훈련을 하는 양면적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우리 쪽도 응원단 파견 등 교류확대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남북관계 개선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북한 핵 문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은 남측의 내부갈등과 국제공조의 균열을 노리는 전술적 제안에서 벗어나 비핵화에 관해 진정성을 보여야 할 시점이다. 그래야만 경기장 내에서 북한 측 응원단을 바라보는 한국민의 시선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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