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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주인공 부귀의 가족이 모두 죽게 되는 비극이지만 영화는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거는 메시지를 전하며 행복하게 끝나요. 작가와 감독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왜 이런 작품이 나왔는지를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게 ?求求? 보는 재미가 두배가 되겠죠?”
지난 11일 늦은 7시 용산도서관에서 열린 고인돌 강좌 ‘삶과 욕망에 대한 성찰-고전문학과 영화’ 그 두 번째 시간. 강안(사진) 안양대 교수가 위화의 소설 ‘인생’과 장예모 감독이 만든 동명의 영화를 비교하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 운영하고 KT가 후원하는 청소년과 시민들을 위한 고전인문 아카데미로 올해 3회째다.
강 교수는 원작을 쓴 위화와 영화를 만든 감독이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떻게 다른지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설명했다. 두 사람이 살아온 시대적 배경이 달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의미다. “위화보다 10여년 일찍 1951년에 태어난 장예모 감독은 1950년 후반의 중국 대약진 운동 그리고 1960년 중반의 문화대혁명기를 관통해 온 인물입니다. 장 감독의 아버지가 국민당 대령으로 국공내전 당시 축출되면서 3년에 걸친 정치개조교육에 이어 맷돌을 7년이나 갈면서 밑바닥 생활을 하게 됐어요. 중국 현대사의 대격변기를 걸어오면서도 희망이라는 끈을 놓지 않았던 인물입니다. 작품에도 반영이 되어 위화의 ‘인생’과는 다른 ‘인생’을 스크린에 녹여낸거죠.”
원작에서는 주인공 남자 부귀가 지주의 아들로 노름판에서 가세를 탕진시키고, 아들은 교통사고로 죽고 열병을 앓은 딸은 결혼 후 첫 아이를 낳으면서 사망하게 된다. 그리고 아내도 사위도 그리고 하나 남은 핏줄 손자마저 그를 떠나고 만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딸이 낳은 손자 만두와 할아버지 부귀가 병아리를 사서 키우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병아리가 커서 거위가 되고 거위가 커서 양이되고 양이 크면 소가 되고 소가 클 때쯤 되면 만두도 커 있을 것’이라는 대사를 남기면서. “장 감독은 영화에서 손자가 병아리를 키우면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통해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실제 원작에서는 병아리를 키우는 장면은 나오지 않아요.”
그가 굳이 원작과 영화를 비교하는 이유는 원작을 읽고 나면 감독의 의도가 분명해지고 감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더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위화의 소설에서 출발했지만 스크린으로 옮겨지면서 새로운 작품으로 변모하게 되는 과정을 보게되면 영화를 읽을 수 있는 안목이 커진다는 의미다. 이날 강의에는 30여명이 참석해 소설과 영화로 읽는 고전문학의 매력에 푹 빠졌다.
총 5회로 구성된 이번 강좌는 1강. 마녀사냥, 아직 끝나지 않았다(원작, 주홍글씨-나다니엘 호손, 감독 롤랑 조페. 1995) 2강.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원작, 인생-위화, 감독 장예모. 1994), 3강. 사랑은 움직이는 것?(원작 제인에어-샬럿 브론테, 감독 프랑코 제피렐리. 1996), 4강. 속죄, 가능한가요?(원작 어톤먼트-이언 맥큐인, 감독 조 라이트. 2007), 5강. 성 정체성 타고날까 길러질까(앨버트 놉스-감독 로드리고 가르시아. 2011) 등으로 구성됐다.
한편, 올해 3회째인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