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메르스 비상, 추경 왜 뜸들이나] 메르스 파괴력·재정개혁 문제 뒤섞여… 복잡해진 추경 방정식

편성엔 이견 없지만 규모·투입 대상 놓고

"메르스에 한정" "경기부양 고려" 논란 커져

성장률 하향 조정·재정건전성 악화도 고민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최 경제부총리는 추경 문제에 대해 "필요하면 가능한 한 빨리하는 것이 좋지만 최종 판단은 6월 말까지 경제상황을 보고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 안팎에서 추경 편성의 목소리가 나온 지 보름여 만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식 발표를 계속 미루고 있다.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정건전성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 치유에 한정해야 할지, 경기부양까지 고려해야 할지 더욱 복잡해진 다차원 방정식의 셈법 때문이다. 이는 추경이 편성될 경우 규모와 실탄 투입 대상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16일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 내부에서도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총론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이견이 없다. 하지만 추경의 규모·대상 등 각론에 있어서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추경 편성 여부는 이미 실무진을 떠나 고위급의 정무적인 판단으로 넘어갔다"며 "다만 성장률 전망 조정 여부, 올해 초부터 진행해온 재정개혁의 방향에 역행한다는 점을 들어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추경의 규모와 대상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도 논란이다. 새누리당 투톱인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경의 전선을 넓히지 말고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맞춤식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정부가 추경 편성을 결정하고 규모와 대상 등을 결정하기 위해 당정 협의를 할 때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같은 당에서도 경기부양을 위해 추경의 규모를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만우 의원은 "성장률을 3%대 초반으로 유지하려면 약 20조원 정도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에 대해 "6월 말까지 상황을 보고 편성 여부를 최종 판단하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추경에 대한 그림이 구체적으로 그려진 것으로 분석된다. 최 경제부총리는 지난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메르스 사태의 파괴력 △재정효과 큰 분야에 편성(가뭄대책 등)△재정건전성의 탄력운영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단기적인 재정 악화 우려는 일단 접어두고 경기 보완을 위해 추경을 편성할 수 있으며 규모는 메르스 확산 여부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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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메르스 사태에 한정한다면 과거 재난 추경 수준인 3조~4조원 규모, 경기부양까지 아우른다면 1O조원 규모의 세출 추경이 예상된다. 세출 추경은 대부분 메르스 사태로 인한 민생안정과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SOC)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수 펑크에 따른 세입 추경(6조~7조원)까지 고려하면 전체 추경은 15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과거 추경 편성 사례와 비교해볼 때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에 대한 고민도 여전히 크다. 2013년의 경우 현 정부 첫해라는 특수성이 있었지만 성장률 전망을 3%에서 2.3%로 대폭 낮추고 추경 편성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해 말 정부는 올해 3.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도 3% 초반은 가능할 것 같다는 게 최 경제부총리의 말이지만 과연 3%대 성장률이 경기침체에 해당하느냐는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4개 분기 연속 0% 성장률로 7개 분기 연속 0%를 기록했던 당시와도 차이가 있다.

추경을 편성할 경우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시장의 관측대로 부족한 세원을 확보하기 위한 세입 경정과 재원 투입을 위한 세출 추경이 이뤄질 경우 적어도 15조원가량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메워야 한다. 올해 들어 세수진도율(1·4분기 22.7%)이 소폭 개선됐지만 경기를 많이 타는 부가가치세가 2조원 가까이 줄어드는 등 앞으로 경기전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세입 경정 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는 2014년 말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29조 5,000억원 적자) 수준인 관리재정수지와 33.9%(503조원·중앙정부 채무기준)인 국가부채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단기간에 대규모 국채 발행이 이뤄지는 만큼 금융시장 왜곡 등 시장 충격을 막을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모든 것을 쉽게 예단할 상황이 아니다"라면서도 "결정해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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