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은 전 영국 총리인 마거릿 대처 서거 2주기였다. 지금 한국은 복지논쟁, 공공·노동·금융·교육 4대 부문 개혁이 추진되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개혁을 위한 대타협위원회는 공전을 거듭, 한국 경제 재도약의 마지막 골든타임을 허송하고 있다.
4대 개혁 공전 골든타임 낭비
대처는 자유시장경제가 영국병을 치유하고 국민들을 잘살게 해줄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과 비전을 제시해 극심한 영국병과 2차 석유파동으로 고실업·고물가에 신음하고 있던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 1979년 5월 영국 사상 최초로 여성 총리에 올랐다. 1990년 11월 물러날 때까지 11년6개월 동안 대처리즘으로 불리는 정책들을 강력 추진, 영국을 새로운 혁신국가로 환골탈태시켰다. 대처리즘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작은 정부와 시장경제 구현이다. 전후 베버리지보고서 이후 영국을 지배해오던 큰 정부와 복지정책, 정부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것을 다 해준다는 과도한 복지제도를 개혁해 국민들의 자립과 자조, 자기 책임을 강조하며 모든 국민들이 열심히 일하는 국가로 개조했다. 그 결과 1980년 46%, -4.0%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과 재정수지비율을 1990년에는 각각 32% -2.3%로 개선시켰다.
둘째, 민영화를 추진했다.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던 수많은 공기업을 민영화와 경쟁원리 도입을 통해 혁신적인 기업으로 재탄생시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구조개혁의 진전(1990)'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회원국들에 영국 구조개혁을 본받을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셋째, 획기적인 규제 완화다. 예를 들어 1986년 '빅뱅'이라고 불리는 자본시장 규제 전면 철폐를 단행했다. 그 결과 유로존 탄생으로 유럽중앙은행이 있는 프랑크푸르트로 금융 중심지가 옮겨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오늘날 런던의 금융 중심지 '더시티'는 뉴욕 금융거래량의 두 배를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금융 중심지로 번성하고 있다.
넷째, 노조 개혁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강력히 추진했다. 대처 이전의 영국은 강력한 노동조합이 정권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노조 천국이었다. 노조위원장은 최고의 위상과 권력을 구가하고 해고의 유연성은 없었다. 기업은 떠나고 실업은 폭증했다. 가스 사용량 증가와 석탄 수요 감소로 안 팔리는 석탄이 쌓이는데도 탄광 폐쇄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대처는 1984년 3월~1985년 3월에 이르는 1년의 투쟁 끝에 광산노조 파업을 종식시키며 전후 누구도 할 수 없었던 노조 개혁과 노동시장 유연화에 성공했다.
다섯째, 교육평등주의를 타파하고 공교육의 질을 높였다. 지방교육행정기관의 기능 약화, 학교선택제 및 학교평가제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교육개혁법'을 1988년에 도입해 공교육의 질을 높였다.
이와 같은 개혁은 하나도 하기 힘든 일들이다. 복지 개혁은 표심을 잃게 하고 민영화와 규제 완화는 관료들이 반대하고 노동 개혁은 노동계가 저항하고 교육 개혁은 일부 학부모들이 반대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위기 돌파해야
그러나 대처 전 총리는 그 길만이 영국을 재도약시킬 수 있다는 확고한 비전과 신념, 강력한 리더십으로 돌파해나갔다. 개혁 방향은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고 블레어 노동당의 신좌파를 탄생시켰고 바다 건너 독일 슈뢰더 사민당의 신중도 노선으로 발전하면서 1990~2000년대 스웨덴·독일 등 북유럽 개혁으로 이어져 유럽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줄푸세' 정책도 대처리즘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확고한 비전과 강력한 리더십으로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한국 경제도 재도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