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의 자율협약이 개시되면서 STX그룹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잠복해 있던 STX다롄 처리 문제가 마지막 풀어야 할 과제로 부상했다. STX조선·엔진·중공업 등 STX 국내 계열사는 STX다롄에 총 1조4,00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서고 있는데 이 부문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그룹 전체 구조조정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업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수개월째 조업이 중단된 STX다롄의 정상화를 위해 STX와 산업은행 등 우리 대표단이 다롄시 정부와 공상은행 등으로 구성된 중국 측과 4자 협상을 벌이기 위한 실무접촉에 착수했다.
STX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STX조선이 자율협약에 들어간 만큼 이제 남은 것은 STX다롄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라면서 "늦어도 이달 안에는 양국 채권단이 다롄에 대한 지원 방식과 규모, 방향 등을 결론 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TX다롄은 국내 조선소와 마찬가지로 수주 선박의 인도 기일이 정해져 있어 정상화 작업이 늦어질수록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무접촉에 이어 4자 협상이 본격화되면 STX 계열사들이 중국 및 국내 은행에 지급보증한 1조4,000억원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문제 해결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STX다롄조선·엔진·중공업 등 STX다롄 집단이 중국 현지은행으로부터 7,500억원을 빌릴 때 STX계열사들이 지급보증을 섰다. STX다롄이 국내은행에서 6,500억원(RG 3,500억원 포함)을 조달할 때도 지급보증을 섰다. STX다롄이 채무상환에 실패하면 STX계열사가 1조4,000억원을 대신 갚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나마 국내 채권단이 보유한 6,500억원은 협약채권으로 분류, 대지급을 연장해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중국은행과 관련된 약 7,500억원의 지급 보증액이다. 중국은행들은 이를 근거로 STX다롄에 대한 국내 채권단의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다. 공상은행 등 중국 채권단은 국내 채권단이 자국 위주의 계열사들만 살리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의 관계자는 "STX다롄은 한국ㆍ중국 채권단이 모두 얽혀 있는 이례적인 기업구조조정 사례"라면서 "국내 채권단은 지급보증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추려는 반면 중국 채권단은 어떻게든 국내 은행을 다롄 정상화 작업에 끌어들이려 할 것이다. 앞으로 양 측이 티격태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