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한국 경제에서 희망적인 모습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유가와 환율 등 대외 요인의 압박이 거센 가운데 국가경쟁력이 추락하고양극화는 더 벌어졌으며 소비 심리도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이러다 우리 경제가 좌초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들 정도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06년 세계 경쟁력 연감'에서 한국은 작년보다9계단이나 밀린 38위에 그쳤다. 모두 61개 국가가 조사 대상이니 하위권이라고 봐야한다. 국민의 정부 마지막 해인 2002년에 29위를 기록한 후 참여정부 출범 첫 해인2003년 37위로 떨어졌다가 2004년 35위에 이어 작년에 29위로 복귀하며 상승세를 타는 듯했으나 올해에 다시 추락한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보다 뒤졌으나 올해에 각각 12개 계단과 10계단이 올라 19위와 29위에 자리매김한 중국과 인도의 호조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밖에도 미국에 이어 나란히 2, 3위를 고수한 홍콩과 싱가포르는 물론이고 작년보다 4계단이 오른 일본(17위)을 비롯해 대만(18위), 말레이시아(23위), 태국(32위) 등에도 뒤져 아시아.태평양의 15개국 중 13위로 처졌다. 경쟁국들은 뜀박질하는데 우리만 갈지자걸음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국가경쟁력이 이처럼 추락한 원인을 살펴보면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해진다. 바로 정부와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IMD는 총 312개 세부 항목을 평가해 4대 지표를 발표하는데 우리 나라는 인프라와 경제운용성과는 각각 24위와 41위로 작년과 비슷했으나 정부 효율성과 기업 효율성은 각각 31위와 30위에서47위와 45위로 곤두박질쳤다.
IMD가 경쟁력에 '부정적으로 기여하는' 국가군에 한국을 넣은 것은 `정부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항간의 지적에 설득력을 더해주는 대목이다. 정부 효율성은 외국인 노동자 고용 관련법(59위), 사회내 인종.성차별(58위), 보호주의의 강도(55위) 등이 바닥권이었고 기업 효율성 부문은 각각 61위로 꼴찌를 차지한 노사 관계와 금융기법에 이어 감사와 회계 관행(58위), 경영자의신뢰성(54위), 주주의 권리 보호(53위) 등이 낙후 분야로 지목됐다. 경제운용성과부문도 환율 안정이 작년 2위에서 55위로 급전직하했고 물가 수준은 59위였다.
한때 `4마리 용(龍)'의 하나로 다른 나라들의 질시와 견제를 받던 우리가 이 지경까지 몰린 데 대한 심각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사 방법이나 시점 등을 핑계 삼아 `국가경쟁력 추락'이라는 사안의 본질을 피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다시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가가 화두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IMD의 세부 평가를 보면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1위), 초고속 인터넷 요금과 특허생산성(각 2위), 국내 특허 출원율(3위), 외환보유고.실질 단기 금리.대학진학률(각 4위), 해외 특허 취득률(6위), 노동시간.첨단기술제품 수출.연구개발비비율(각 7위) 등이 바로 우리의 강점이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강점은 더욱 살리고취약점 보완에 적극 나서는 게 정도다. 그러자면 규제를 풀어 기업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게 급선무다. 아울러 기업들도 더이상 비자금 파문 등으로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고 투명 경영에 매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