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영화속 동성애 코드 아직도 드러내기엔 꺼림칙?

'흥행에는 쥐약' 통념에 교묘하게 문제의식 감춰<br>등급 차별등 편견도 여전 "소수자 위한 영화 관심 필요"

동성애를 코드로 한 영화들이 지속적으로 스크린에 오르고 있다. 최근 상영된 '필립 모리스'(위)와 지난해 말 개봉돼 호평을 받은 '친구사이?'(아래)

'천재 사기꾼의 황당한 코믹 탈옥기' 지난 1일 개봉한 영화 '필립 모리스'의 홍보 문구다. 홍보 문구만 보면 범죄자를 둘러싼 한바탕 코미디 영화 같지만 사실 이 영화의 장르는 진한 로맨틱 코미디에 가깝다. 로맨스의 주인공이 남-남 커플이라는 점도 예상을 뒤엎는다. 영화 속에서 '동성애'를 다룬 이야기를 찾는 건 이제 어렵지 않다.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싱글맨'은 동성애자 대학교수의 삶을 다뤘고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밀크'는 게이 인권운동가이자 정치인의 삶을 담았다. 우리나라 영화에서도 지난 해 12월 개봉한 영화 '친구사이?'와 1월 개봉한 성전환자의 이야기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등 꾸준히 '동성애 코드'가 나타난다. 하지만 대부분 동성애 영화들은 '동성애'라는 소재를 교묘하게 감춘 채 관객을 맞고 있어 관객들의 뒤통수를 차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아직도 영화 속 '동성애 코드'는 흥행에 '쥐약'이라는 통념이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팽배한 '호모포비아'=영화계 관계자들은 여성보다 남성들이 동성애에 대한 혐오감이 더 짙다고 말한다. 여성들의 경우 '섹스 앤 더 시티' 같은 미국 드라마를 접하며 '쇼핑을 같이 할 수 있지만 이성적으로 느껴지지 않아 편한' 게이친구에 대한 호감이 높아지는 동시에 동성애에 대한 혐오감도 줄어들었다. 이에 비해 남성들은 물밀듯이 들어오는 '동성애 코드'에 대해 견고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 영화 관객 가운데 여성 관객 비율이 남성보다 많은 건 사실이지만 코미디나 드라마 등의 영화는 연인끼리 경우도 적지 않아 동성애 영화는 커플 관객 수를 감소시킨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그동안 흥행에 성공한 '동성애' 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0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왕의 남자'(2005)나 꽃미남 배우들의 사랑이 등장하는 '쌍화점'(2008)등은 동성애 코드에도 불구하고 흥행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동성애' 라는 소재에 초점이 맞춰있기보다는 동성애의 주인공이 '꽃미남'이라는 점에서 여성관객들의 호응이 흥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동성애 영화에 대한 제도적 편견=지난 1일 서울 행정법원에서는 영화 '친구사이?'가 상영됐다. 제작사 청년필름이 영상물등급위원회를 상대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분류처분 취소 소송을 내 영화의 공개 상영이 이뤄진 것이다. 영상물등급위 측에서 내놓은 등급 선정 이유에 따르면 '친구사이?'는 선정성에서 '높음'을, 주제와 모방 위험에서 '다소 높음'을 받아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이에 청년필름 측은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이나 '마린보이'에서 표현된 남녀간의 성행위 묘사 장면과 상영시간이 '친구사이?'와 비슷하다"며 "이 영화들은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반면 '친구사이?'는 동성애를 소재로 했다는 점 때문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소송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이 판결이 동성애 영화 등급 기준에 대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유교적 가치관이 팽배하고 소수 성애자에 대한 배려나 이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동성애 영화들은 살아남기 위해 '교묘한 위장'을 하고 있다"며 " '친구사이?'의 김조광수 감독처럼 꾸준히 동성애 관련 영화를 제작하며 소수자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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