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 금융전략 포럼] 추경호 금융위 부위원장 강연<br>한국금융 60년간 급속 성장 불구 처지는 경쟁력 극복 과제<br>가계부채 연착륙·저축은행 기능 정상화 적극 대응 나설 것
| 서경 금융전략 포럼에서 기조강연을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긴급 장관회의에 참석차 다급하게 행사장을 떠나자 바통을 이어 받은 추경호 부위원장이 파워포인트를 이용하면서 열정적인 강의를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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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날씨가 추워질 때는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문제는 섭씨 0도 안팎의 날씨가 지속될 때 마땅한 대응 수단을 찾기 힘들다는 데 있다. 현 상황이 그런 위치인데 체질개선과 건전성 강화가 아주 중요한 시점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정성껏 준비한 강연 자료를 대신 한 추경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현재 부닥친 세계경제의 위기 상태를 '섭씨 0도 안팎'의 상황으로 진단했다. 엄중한 위기감을 갖기에는 왠지 어설퍼 대응 역시 철저하게 이뤄지지 못해 자칫하다가는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금융 60년, 양적ㆍ질적으로 성장…그래도 2% 부족=그는 한국금융 60년을 시계열로 나열하면서 양적ㆍ질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실제 개인ㆍ기업ㆍ정부의 총 금융자산은 지난 1975년 27조원이던 것이 2010년에는 1경298조원로 성장, 35년간 약 380배나 성장을 했다. 또 금융회사의 총 자산도 같은 기간 8조원에서 2,376조원으로 300배나 커졌다. 질적인 성장도 함께 이뤄졌다. 외환건전성의 경우 1996년 단기외채의 비율이 229%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46%로 급감했고 금융산업의 건전성 지표도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7.04%(1997년 12월)에서 14.36%(2011년 6월)로 나타나듯 개선됐다.
하지만 지난 60년간 금융산업이 양적ㆍ질적 성장을 이뤘음에도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금융 부문의 경쟁력이 경제규모 14위, 국가경쟁력 22위에 비해 낮은 28위(2011년 IMD발표)에 불과하고 금융의 글로벌화 역시 국내 1위 금융회의 자산규모가 글로벌 톱5 은행의 10분의1에 그칠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성장잠재력은 풍부해 미래는 밝다는 평가도 했다. 추 부위원장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융업 부가가치 비중이 주요 국가에 비해 낮은데 금융의 성장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위기 부문 선제ㆍ적극대응"…금융 스스로의 건전성 강화 중요= 미국ㆍ유럽 등 재정ㆍ금융위기로 대외환경은 좋지 않은데다 높은 대외의존도로 대외 충격에 민감하고 가계부채 및 경제양극화도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이 때문에 위험요소 하나하나에 대해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메스를 들이댄 저축은행의 경영건전화의 완성을 통해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가계부채의 연착륙, 외환건전성의 확보로 대외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을 우선 제시했다. 신용카드의 불안요인 차단, 상호금융의 재무건전성 강화, 증권사의 신용제한 등으로 불안요소를 착실히 제거할 계획이다.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내투자은행 활성화, 헤지펀드 도입 등으로 자본시장 제도를 개혁하고 금융소비자보호체계의 전면 수정으로 금융환경도 선진화함과 동시에 금융회사의 경영지배구조 뜯어고쳐 성장의 인프라를 확실히 만들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추 부위원장은 "정부의 노력 못지않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업계 스스로의 건전성을 강화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동시에 시장이나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쌓을 때 금융산업도 발전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