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과 술자리를 갖다가 좀 취기가 오르자 이른 송년회를 제안하면서 올해의 이슈들을 술안주로 올려본 적이 있다.
장난스럽게 시작한 자리였지만 로또열풍, 파업, 불경기, 정치적 불안정, 사교육, 그리고 자살까지 얘기가 나오면서 술자리 분위기는 어두워져만 갔고 오륙도, 사오정, 삼팔선, 사모곡 시리즈가 나올 때쯤 우리는 어색한 표정들로 자리를 정리할 준비를 했다.
올 한해는 온통 회색빛으로 물들었고 우리들의 어깨는 더욱 처질 수밖에 없었다. 희망을 얘기하던 많은 사람들이 꿈을 잃어가고 있고 삶의 의욕을 불태웠던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떨구고 있다.
우울증과 관련한 자살자가 통계청 사망원인 순서에서 10년 전 10위에서 지난해에 7위로 뛰어올랐다. 30대 남자의 경우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었다. 그 원인이 무엇이던간에 이런 현상에 대해 우리 사회가 한번 곱씹어야 될 듯싶다. 미래가 지금보다 나을 것 없다는 생각은 그 사회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자살을 부르는 사회의 객관적 조건들을 내 삶의 태도에 합리화해가면서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악순환을 점점 조장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노력과 실천도 투입하는 바 없이 공허한 기대치만 앞세우고 있는 것은 희망이 아니라 차라리 기망(欺望)이다.
주변 여건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겠다는 것은 본인도 그러한 구조를 만드는 데 동참하고 있는 것과 다름 아니다.
현실이 힘들어도 삶은 미래에 사는 것이기에 `희망`은 어떤 고난도 감수해낼 수 있는 기틀이 된다.
험한 파도와 바닷바람을 겪어내지 못하고 어떻게 항해에 성공할 수 있겠는가. 지금은 비록 힘들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라도 조금만 더 참고 노력한다면 새로운 길이 우리를 맞이해줄 것이다.
<구자규 KTB네트워크 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