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3월 25일] 드라마, 드라마안에서 끝날리 없다

강진구(일산 은행초등학교 교감)

모 방송사에서 방영되는 ‘꽃 운운’하는 드라마가 화제다.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적으로 대해온 지 30여년. 최근일이라 그런지 이 드라마만큼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드라마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고등학생을 떠나 초등학생들도 이 드라마에 대한 많이 얘기들을 한다. 그만큼 아이들은 F4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배우들과 드라마 얘기로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하도 화제이기에 나도 한번 봤고 여러 관련 글들을 읽어보니 상당히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아무리 드라마라도 학교에서 최대의 금기사항으로 치는 ‘왕따’가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것은 물론 폭력장면도 상당히 거슬렸다. 물론 예전 대한뉴스류의 건전 드라마를 시대에 뒤떨어지게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자가 교단에 있어서 그런지 거북하기 이를 데 없었다. 남녀 학생들 간의 신체접촉과 언어유희 등 역시 아무리 드라마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차분히 보려 해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유명 탤런트가 자살했을 때도 일명 베르테르 효과라 해서 모방 사건이 줄을 이었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잔혹한 사건들도 그 배경에는 어떻든 일부 폭력적이고 비교육적인 드라마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범인들은 자백하지 않았는가.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아이들은 사소한 것에서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 집 형편이 어려워서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는 것이나 옷ㆍ소지품 등에서 친구들과 차이가 나는 것을 느끼면 어느 정도 부모에 대한 원망, 사회에 대한 반감 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 아이들이 충분한 사고력과 판단력을 키우기 전에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양질의 균등한 교육기회를 부여해 물질이 전부가 아님을, 그리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 고생한 부모 세대들에 대한 존경심, 내 조국에 대한 소중함 등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꽃 운운하는 드라마는 위화감ㆍ물질만능주의ㆍ사치조장ㆍ집단따돌림 등을 너무나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본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할 뿐 아니라 아이들 가치관에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유명한 조선시대 경상도 지역의 오랜 만석지기 부자는 본인과 아이들 밥상에 반찬을 3가지 이상 올리지 않았고 아이들을 서당에 보낼 때도 평범한 옷을 고집하고 점심을 굶는 아이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훈장에게 몰래 쌀을 보내 서당에서 밥을 주는 선행을 했다고 하지 않던가. 그 덕분인지 겸손과 사회적 배려 등을 강조하는 그 가문은 십수대를 걸쳐 여전히 재산과 명예를 지키며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전형이 되고 있다. 한류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콘텐츠의 양산은 교육자 입장에서도 대환영이다. 대장금 같은 드라마는 한식의 우수성을 전세계적으로 훌륭히 알리는 선도자가 되기도 했다. 꽃 운운하는 드라마가 외국에 수출됐을 때 그 드라마를 보고 한국의 젊은이들을 그런 모습으로만 평가하려 한다면 그 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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